LG전자의 '스탠바이미'./LG전자 제공

‘TV는 설치된 곳에서만 볼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깬 LG전자의 이동식 무선 스크린 ‘스탠바이미’가 국내에 출시된 지 2년 8개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인기다. 스탠바이미가 해외에서도 주목받으면서 올 1분기 출하량은 이미 작년 전체 출하량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동식 스크린의 글로벌 수요를 등에 업고 LG전자는 스탠바이미 판매 국가를 늘려가고 있다. 이에 질세라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도 이동식 모니터 관련 제품 라인업을 추가하고 있다.

5일 LG전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G 스탠바이미 글로벌 출하량은 약 5만8000대로, 작년 전체 출하량(약 10만2000대)의 56%를 넘어섰다. 작년 매달 평균 8500대씩 나가던 스탠바이미가 올해 들어서는 월 1만4000대씩 팔리고 있는 것이다. 1분기 지역별 출하량을 보면 국내에서 약 3만4000대, 북미에서 약 1만6000대가 나갔다. 지난해 국내와 북미 출하량은 각각 6만6500여대, 2만2000여대로, 최대 시장인 두 곳에서 작년 출하량의 절반 이상이 올 1분기에 출하됐다.

스탠바이미는 바퀴가 달려 있어 쉽게 옮겨가며 사용할 수 있고, 최장 3시간 동안 무선으로 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출고가는 109만원으로 동일한 사양인 LG 27인치 터치 FHD 모니터에 비해 2배 이상 비싸지만, 높이와 각도 조절이 되는 움직이는 스탠드로 2021년 출시와 동시에 히트를 쳤다. 매년 신제품이 쏟아지는 가전 시장에서 스탠바이미는 올해에도 출시 당시와 동일한 모델로 판매되고 있으나 제품 수요는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스탠바이미의 올 1분기 출하량이 대폭 증가한 건 해외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국내에 이어 2년 전 북미와 아시아 지역에 처음 소개된 스탠바이미는 해외에서도 색다르고 편리한 스크린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에 LG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유럽과 중동 시장에도 스탠바이미를 내놨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 들어 해외 판매 비중이 전체의 40% 이상까지 올라왔다”며 “스탠바이미처럼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은 고객에게 알려지고 신뢰를 얻는 데 시간이 걸려 오히려 시장이 성숙할수록 판매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식 스크린에 대한 높은 수요를 두고 업계에선 나만의 콘텐츠를 개인 공간에서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은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 고정된 TV 1대를 가족 모두가 공유하던 시대를 지나 콘텐츠 시청 경험이 개인화되면서 가정 내에서도 ‘1인 1스크린’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동식 스크린은 스마트폰처럼 옮겨 다니기 쉬운 데다 큰 화면으로 더 몰입감 있게 콘텐츠를 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43형 스마트모니터와 결합한 '스마트 모니터 무빙 스탠드'./삼성전자 제공

식을 줄 모르는 이동식 스크린 인기에 삼성전자도 지난해 11월 27·32인치 모니터용 이동식 스탠드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 2일 43인치 ‘무빙 스탠드’를 추가로 내놨다. 바퀴 달린 스탠드와 모니터를 각각 구매해 결합할 수 있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삼성 스마트모니터가 스탠드에 결합돼 나오는 제품은 초고화질 4K 해상도로, 43인치 모델 출하가는 90만원대다. 스탠바이미보다 화질이 좋고 저렴하지만, 내장배터리가 따로 없어 전원을 연결해 사용해야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동성과 편의성이 극대화된 무빙 스탠드를 큰 화면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높아 43인치 제품을 출시한 것”이라며 “1인 가구나 방마다 스크린을 두고자 하는 소비자 수요에 맞춘 다양한 제품을 내놔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