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연합뉴스

LG전자(066570)가 올해 1분기 계절적 비수기와 글로벌 가전 경쟁 심화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가전 사업과 기업간거래(B2B)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선전하며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마케팅 비용 증가에 따라 소폭 하락했지만, 증권가 전망치를 뛰어넘으며 선방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5일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조3329억원, 매출액 21조 959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늘었고 영업이익은 11% 줄었다. 특히 매출액의 경우 분기 사상 최대 매출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영업이익도 당초 증권가 컨센서스(1조2000억원)를 소폭 상회했다. 다만 최대치를 기록한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의 경우 마케팅 비용 증가에 따른 영향으로 상승 폭이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계절적 비수기에도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한 것과 관련해 LG전자 측은 “가전 구독 서비스 등 새로운 사업 방식과 성장 기회가 큰 B2B 사업 확대가 어려운 시장 상황을 돌파하는 원동력이 됐다”며 “제품 관점에서는 AI, 에너지 효율, 디자인 등 차별화 요소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에서 공고한 경쟁력을 유지했고, 볼륨존(중저가) 라인업을 강화한 전략도 주효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영업이익의 경우 LG전자 측은 “전 세계 수억대 제품을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콘텐츠, 서비스 사업이나 소비자직접판매(D2C) 등이 전사 영업이익 기여도를 높이고 있다”며 “자원 투입, 원자재 및 물류비용 안정화, 글로벌 생산지 운영체계의 유연성 확보 노력 등도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날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지만, LG전자의 캐시카우인 H&A(생활가전)사업본부는 프리미엄 신제품과 B2B 사업 확대에 따라 견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올 1분기에 의류 관리기 ‘올 뉴 스타일러’와 올인원 세탁건조기 ‘워시콤보’ 등을 시장에 내놨다. 또 해외 시장의 지역별 특성에 맞춰 중저가 제품을 늘린 것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B2B에 해당하는 냉난방공조(HVAC), 빌트인 사업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구독 사업으로 생활가전 패러다임 변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며 “AI 가전으로의 진화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전장(VS) 사업은 그동안 확보해 온 수주잔고가 매출로 이어지는 추세다. 수주잔고는 작년 말 90조원대 중반에서 올 상반기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업은 올해 제품을 확대하고 소프트웨어 역량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작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LG이파워트레인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수주를 늘려간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장 부품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애플의 자율주행 프로젝트 중단 소식 이후 시장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졌으나, 회사의 성장 사업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글로벌 수요가 쉽게 살아나지 않고 있는 동시에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올 1분기 패널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은 한 자릿수 초반에 그친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프리미엄 TV와 웹OS 콘텐츠·서비스 사업을 앞세워 경쟁력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올레드 TV와 프리미엄 LCD인 QNED TV를 앞세운 투트랙 전략을 본격적으로 전개한다. 수익성이 높은 웹OS 플랫폼 사업은 올해 조 단위 매출 사업으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LG전자가 올해 양호한 연간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방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LG전자는 전방 산업 성장률을 상회하는 호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전 사업은 중저가 시장 공략과 가전 구독 서비스 등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TV 사업은 작년 부진했던 프리미엄 TV 수요가 회복하면서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의 55%를 차지하는 가전 사업의 영업이익은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중저가 제품이 확대되면서 신규 수요가 창출되고, 북미와 유럽 중심의 B2B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LG전자 실적은 가전사업의 이익 증가 폭과 전장부품 실적 개선에 좌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