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 시행된 정부의 전환지원금(이동통신사를 갈아탈 경우 위약금 등 최대 50만원 지원) 정책이 알뜰폰 육성 정책과 상충하면서 알뜰폰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올 1분기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가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4% 이상 줄어든 것이다. 시민단체는 정부의 전환지원금 정책으로 자본력이 막강한 통신 3사의 독과점 체제가 공고해져 영세한 알뜰폰 업체가 고사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전화 번호 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올 1분기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을 한 가입자 수는 18만867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22만636명)와 비교해 14.5%(3만1960명) 줄어든 수치다.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넘어간 유입 회선(Port-in)에서 알뜰폰에서 통신 3사로 이동한 유출 회선(Port-out)을 뺀 순증(純增)을 기준으로 한다.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넘어가는 가입자 수는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알뜰폰의 '0원 요금제' 효과 등으로 22만명을 돌파하는 등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통신 3사가 알뜰폰에 지급하는 영업 보조금을 줄이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 전환지원금 지급 소식에 알뜰폰 찾는 이 줄어
알뜰폰 업체들은 새해를 맞아 월 500원 요금제, 60만원 상품권 지급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가입자 수 확보에 집중했다.
일부 효과도 있었다. 지난 1월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가입자 수가 7만8060명으로 전년 동기(7만1086명) 대비 9.8%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2월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통신 3사가 올 2월 출시된 갤럭시S24에 공격적인 지원금 정책을 펼치면서 알뜰폰으로 번호를 옮기는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여기에 정부가 '전환지원금'을 도입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당장 알뜰폰으로 갈아타지 말고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대기 수요가 늘었다.
◇ "통신 3사 독과점 더 심해져"
지난달 알뜰폰 업계는 부진을 겪었다.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옮긴 번호이동 가입자 수가 4만5371명으로, 전년 동기(6만3012명) 대비 28.0%(1만7641명) 급감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통신 시장 전체 번호이동 건수는 52만4762건으로 전년 동기(42만3926건) 대비 23.8%(10만0836건) 늘었다.
정부는 전환지원금 지급이 알뜰폰 육성 기조와 배치된다는 지적에 '통신 시장 경쟁 촉진'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반상권 방송통신위원회 시장조사심의관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알뜰폰을 위해서 (통신 시장) 경쟁을 축소하면 국민 후생이 증대되지 않는다"라며 "알뜰폰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것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알뜰폰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통신 3사의 독과점만 강화되고 있다는 게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정부가 (통신 3사의) 지원금을 늘리는 방식의 정책을 고집하면서 알뜰폰은 어려움에 빠졌고, 통신 3사의 시장 독과점은 더 심해졌다"라며 "지원금을 '주는' 정책이 아닌 통신비 기본요금을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