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조치로 '갤럭시S24′ 등 신형 단말기 구입 부담이 거의 없어질 것입니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13일 이동통신사를 갈아타면서 휴대폰 단말기를 교체할 경우 주어지는 전환지원금의 효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일선 대리점을 방문하면 방통위의 주장과 달리 최신폰에 붙는 전환지원금은 미미하며, 고가 요금제를 수개월 동안 유지해야 한다는 족쇄가 달려 있다.
방통위는 지난달 22일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와 삼성전자 사장, 애플코리아 임원을 부른 후 가진 언론 백브리핑에서 "통신사와 제조사가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통위와 말한 협조로 통신 3사는 최대 50만원까지 줄 수 있는 전환지원금 수준을 당초 3만~13만원에서 최대 33만원으로 조정했다.
하지만 시장이나 소비자들은 방통위의 자화자찬식 정책에도 전혀 환호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찾은 서울의 한 통신 대리점 직원에게 "전환지원금으로 통신사를 옮겨 휴대폰을 교체하면 싼가요?라고 묻자 "말로만 혜택을 주는 것 같아서 난감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통신사들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데, 정부의 협박에 가까운 협초에 순순히 응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표면상으로는 압박에 못 이겨 전환지원금 액수가 올라갈 수 있겠지만,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메꿀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장의 상황은 이러한데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아직까지 공식 일정으로 통신 대리점을 방문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2월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통신 시장 과점 해소와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후 정부는 전환지원금 외에 제4 이통사 허가, 알뜰폰 육성, 중저가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 출시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모든 정책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헛발 정책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8일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 브리핑에서 "이용자 부담이 완화됐다"고 자평했다. 당초 브리핑 제목은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 성과 및 향후계획'이었는데 '성과'라는 단어가 빠진 것을 보면 아직 정책이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실제로 우리가 매달 받는 통신비 고지서의 숫자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1분기(13만285원)와 비교해 지난해 4분기(12만9063원) 가계통신비 지출은 1222원이 줄어드는 데 그쳤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주도하는 정부부처의 한 실무자에게 최근 "가계통신비가 정말 내려갔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개인적으로는 유구무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통신비 고지서 숫자는 차이가 없는데 언제까지 정부만 정책의 효과를 운운하며 자화자찬식 설명을 늘놓을 것인가. 정부는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들의 통신비 고지서 숫자를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