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에 방문하면 전환지원금 50만원에 공시지원금, 대리점 지원금까지 총 100만 넘게 할인 받을 수 있습니다.”
“출고가가 115만5000원 갤럭시S24 일반 모델은 공짜폰이나 다름 없습니다.”
“연예인도 많이 오는 곳으로 전환지원금 50만원을 챙겨줄 수 있습니다.”
정부가 이동통신사를 옮기면 최대 5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전환지원금’ 제도를 지난 14일부터 시행했다. 이동통신 3사는 정부 압박에 이틀 뒤인 16일부터 3~13만원의 전환지원금을 책정했다. 최대 전환지원금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18일 일명 ‘성지’로 불리는 서울 신도림·강변테크노마트 등 유통 상가와 온라인 불법 공시지원금(보조금)을 지급하는 휴대폰 대리점은 전환지원금 금액에 실망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활용해 이 같은 허위광고를 이어가고 있다.
휴대폰 성지들이 주장하는 ‘전환지원금 50만원’은 사실상 불법 보조금이다. 불법 보조금을 전환지원금인 것처럼 속여 지급한다는 의미다. 서울 도봉구에서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는 하씨는 “원래 지급하던 대리점 보조금(불법 보조금)을 이름만 바꿔 전환지원금이라고 주는 것”이라며 “휴대폰 교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보조금이 줄어 고객들이 실제 구입하는 할부원금은 조금 올랐다”라고 했다.
실제로 휴대폰 성지들은 정부의 전환지원금 지급 발표 후 휴대폰을 교체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자 불법 보조금을 줄이고 있다. 삼성 갤럭시S24, 애플 아이폰15 등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최신폰이 대표적이다.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의 불법 보조금이 일주일 새 줄었다.
이날 서울 광진구, 도봉구, 동대문구 등 온·오프라인 성지와 신도림·강변테크노마트 등 유통 상가에서는 아이폰15 프로(출고가 155만5000원)가 51만~6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아이폰15 프로에 지급되는 공시지원금(45만원)과 추가지원금(6만7500원), 전환지원금(LG유플러스 기준 10만원)을 빼면 불법 보조금 30만~40만원이 지급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휴대폰 성지들이 이달 초까지 아이폰15 프로에 대한 불법 보조금을 50만~60만원씩 지급된 것과 비교해 10만~20만원 줄어든 규모다. 정부의 전환지원금 소식으로 휴대폰 교체 수요가 늘어나자 휴대폰 성지들이 불법 보조금을 일제히 낮춘 것이다.
결국 정부의 엉성한 전환지원금 정책이 오히려 가계 통신비 부담이 높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정부가 통신비 기본요금을 낮추는 대신 지원금을 늘리는 어려운 길을 택하면서 (허위광고와 같은) 다양한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라고 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통신사가 지원금을 지급해 가입자를 뺏어오는 게 과연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통신 3사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3만원에 못 미치고, 영업이익률이 10%이 안 되는 걸 감안할 때 전환지원금 50만원은 터무니 없이 높은 금액으로, 총선용 대책이자 헛발질이다”이라며 “정부가 무리수를 둔 관치형 통신비 정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