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짧은 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이 위기에 놓였다. 메타의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에 사용자를 뺏기면서 틱톡의 성장이 정체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들을 사로잡았던 틱톡이 미국에선 퇴출 위기에 놓였고, 유럽에서는 조사 대상에 올랐다.

중국 바이트댄스의 대표 서비스 ‘틱톡’./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정보업체 센서타워의 자료를 인용해 “인스타그램이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수에서 틱톡을 추월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인스타그램의 총 다운로드 건수는 전년 대비 20% 증가한 7억6800만건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앱에 올랐다. 같은 기간 중국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틱톡의 다운로드 건수는 전년 대비 4% 증가한 7억3300만건에 그쳤다.

FT는 인스타그램이 숏폼 영상으로 성공한 틱톡을 모방해 더 큰 성장을 이뤄냈다고 분석했다. 메타는 틱톡이 15초짜리 동영상 숏폼으로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자 지난 2020년 8월 인스타그램에서 틱톡처럼 짧은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릴스(reels)’를 선보였다. 1년 뒤에는 페이스북에도 릴스 서비스를 도입했고, 유튜브도 같은 해 60초 길이의 영상을 올리는 ‘쇼츠(Shorts)’를 공식 출시했다.

틱톡은 월간활성이용자(MAU) 수에서도 인스타그램에 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4분기 인스타그램의 MAU는 1300만명이 증가해 14억7000만명에 달했지만, 틱톡의 MAU는 11억2000만명으로 1200만명이 감소했다. MAU는 한달 동안 얼마나 많은 유저가 앱을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앱 평가 지표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분석가 마크 슈물릭은 “인스타그램이 릴스를 도입하며 기존 이용자들이 앱에 잘 머물도록 했고, 이용자들은 틱톡으로 전환할 동기가 없어졌다”면서 “콘텐츠 제작자들에게도 틱톡은 하룻밤 사이 반짝 스타가 되기 좋은 곳인 데 반면, 인스타그램은 팔로어들을 기반으로 돈을 벌기 더 나은 플랫폼”이라고 했다.

틱톡이 글로벌 앱으로 도약하는 데 주요 발판이 됐던 미국에서는 ‘틱톡 퇴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가 지난 7일 틱톡의 중국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완전히 매각하기 전에는 미국 앱스토어에서 틱톡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이다. 하원은 이 법안을 곧 본회의에 올려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이 법안이 발효되면 바이트댄스는 165일 내로 틱톡을 매각해야 한다. 미 정치권은 틱톡이 미국인 이용자의 정보를 중국 정부에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왔다. 더구나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발발한 후, 틱톡이 친팔레스타인·반이스라엘 콘텐츠를 선호한다며 틱톡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틱톡은 성명을 통해 “해당 법안은 작성자가 아무리 숨기려고 노력해도 틱톡을 완전히 금지한다는 내용”이라며 “1억7000만명 미국인의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따른 권리(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도 “선거가 있는 해에 수정헌법 1조 권리를 값싼 정치적 문제들과 맞바꾸려는 시도에 깊이 실망한다”면서 이 법안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다만, 지난 2020년 재임 당시 바이트댄스에 틱톡의 미국 사업을 매각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심은 법안 통과에 변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SNS 트루소셜을 통해 “틱톡을 없애면 페이스북(메타)의 사업이 두 배로 성장할 것”이라며 “난 지난 선거에서 사기 친 페이스북이 더 잘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진정한 국민의 적”이라고 밝혔다.

유럽에서도 조사 대상에 오르며 틱톡은 사면초가 상태에 놓였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그동안 진행된 예비 조사를 바탕으로 틱톡의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공식 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DSA는 SNS 플랫폼에서 허위 정보, 불법 또는 유해 콘텐츠의 유통을 막기 위해 작년 8월부터 시행 중인 법으로, 위반 기업에는 연간 수익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틱톡은 지난 7일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에서 전격 시행된 ‘디지털시장법(DMA)’의 영향도 받게 됐다. 디지털시장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특별 관찰을 할 수 있게 하는 법인데,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 애플 등과 함께 게이트키퍼로 지정됐다. 이들은 자사 플랫폼과 제3자 서비스 간 상호 운용을 허용하도록 하는 등의 의무를 위반하면, 전 세계 연간 총 매출액의 10%를 과징금으로 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