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전자부품 계열사 LG이노텍(011070)이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원가 및 감가상각비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최대 고객사인 애플발(發) 투자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LG이노텍이 애플의 카메라모듈 주문 수혜로 최근 몇년 사이 높은 성장세를 구가했는데, 당분간은 보수적인 투자로 대응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올해 광학솔루션 사업에 3830억원 규모의 신규 시설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시설투자 규모(1조7896억원) 대비 80%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2022년 시설투자 금액(1조7940억원)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줄었다. LG이노텍은 "최근 2년간 조단위의 선행투자를 이어온 만큼, 현시점에서 사업환경과 수익성을 고려한 투자 효율화를 위해 올해 투자 금액을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 투자 속도 조절하는 LG이노텍… 수익성 확보 절실
LG이노텍이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대폭 축소한 배경으로는 수익성 강화를 중요시 하는 문혁수 신임 대표이사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수익 기반 성장을 3대 추진과제 중 하나로 정했다. 그는 "시장 환경이 어렵더라도, 사업은 수익을 내며 성장해야 한다"며 "원가경쟁력으로 올해 질적 성장을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아이폰15 프로맥스에 폴디드 줌을 탑재하며, 작년 4분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8308억원으로 전년(1조2718억원)과 비교해 34.7% 감소했다. LG이노텍의 주력 제품인 카메라모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이미지 센서의 원재료 가격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에 LG이노텍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8.5%, 2022년 6.5%, 2023년 4%로 감소세다.
최근 조단위에 이르는 대규모 시설투자로 감가상각비 부담도 커졌다. 지난 2년간 진행했던 시설투자 규모는 3조5800억 수준이고, 지난해에는 베트남 생산 법인이 직접 투자하는 형태로 베트남 하이퐁 생산법인 증설에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썼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조단위 이상의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로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애플에 쏠린 사업구조… "새로운 성장 동력 필요"
올해 애플 아이폰 출하량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애플 관련 매출 비중이 80% 수준에 육박하는 LG이노텍의 실적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 전문 분석가인 궈밍치 TF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중국 내 주간 출하량이 최근 몇 주간 전년 대비 30∼40% 감소했다"며 "이런 하락세는 계속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애플에 과도하게 쏠린 LG이노텍 사업구조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폰 수요가 점진적으로 둔화되고 있어 애플의 원가절감 노력에 주요 협력사인 LG이노텍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고객사가 아이폰15 가격 동결을 결정하면서 이후 모델부터 원가절감 노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아이폰 이상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LG이노텍은 고부가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수익성 제고에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센싱·통신·조명모듈 등 모빌리티 핵심 부품과 고부가 반도체기판을 중심으로 견고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