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방한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의 한국 일정이 29일 끝난다. 일본에서 시작된 저커버그 CEO의 '아시아 투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그 속내에는 아시아 파트너의 지지를 업고 경쟁 업체를 견제하면서 메타에 대한 정부 규제에 대응하겠다는 계산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현지시각)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저커버그 CEO는 규제와 경쟁 위협에 직면한 메타의 AI 및 혼합현실(MR)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주 아시아 지역의 리더들과 관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저커버그의 아시아 방문은 메타가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경쟁하는 AI 분야에서의 노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했다.
최근 메타는 AI 기술 경쟁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해 실적 발표에서 "2024년은 엔지니어링과 컴퓨팅 리소스 모두에서 AI가 가장 큰 투자 분야갸 될 것"이라며 "회사 전체에서 AI가 아닌 여러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계속 낮춰 AI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타는 최근 인간지능에 가깝거나 능가하는 범용인공지능(AGI)을 자체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후발주자'인 메타가 아시아투어에서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오픈AI 같은 기업을 견제하려 한다는 게 업계 평가다. 실제 저커버그 CEO가 이번 아시아투어에서 진행한 공식 일정에서는 모두 AI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27일 오후 저커버그 CEO는 도쿄 총리관저를 찾아 기시다 총리를 예방하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기시다 총리와 AI와 기술의 미래에 대해 알차고 훌륭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28일에는 LG전자와 삼성전자 수뇌부를 만나 AI 등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저커버그 CEO는 방한 첫 일정으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LG 경영진과 만나 신사업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고, LG전자와 혼합현실(XR) 기기 공동 개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경계현 반도체(DS) 부문 사장과 함께 AI 반도체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방한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대화 주제는 AI였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저커버그 CEO를 접견해 30분간 진행된 회동에서 AI 디지털 생태계 조성을 위한 비전, 메타와 한국 기업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메타가 상상하고 설계한 것을 한국 산업이 적극적으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메타의 AI 최고책임자인 얀 르쿤이 오픈소스 AI는 악용될 가능성이 낮고, 그 이유로 악용하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리소스가 필요한 점을 꼽았다"면서 "저커버그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이점을 설득하고 싶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메타의 MR 헤드셋 퀘스트는 애플의 '비전 프로'라는 강력한 적에 직면했다"면서 "저커버그 CEO는 가능한 빨리 적의 위협을 물리치고 싶어할 것"이라고도 했다.
애플을 견제한 듯 저커버그 CEO와 함께 방한한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는 메타 퀘스트의 우수성을 증명하기 위한 일정을 소화했다. 모세리 CEO는 지난 28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상영 중인 '링팝: 더 VR 콘서트 카이'를 관람하고 자신의 스레드에 "(VR 콘서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VR의 매력적인 사용 사례였다"고 밝혔다.
저커버그 CEO의 방한 배경에 규제 당국의 제재에 대응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해석도 있다. 앞서 재작년 9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메타가 무단으로 사용자 정보를 수집해 광고에 사용한 혐의로 3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어 작년 2월에는 메타에 시정명령 및 660만원의 과태료 부과, 공표 등의 시정조치 처분이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