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12나노급 16Gb DDR5 D램./삼성전자 제공

D램 시장이 정상화되면서 감산 기조를 유지해왔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설비투자를 재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D램 시장 공급량의 70%를 담당하는 두 회사의 D램 생산능력 확대와 맞물려 그동안 수주 소식이 뜸했던 국내 장비업계에 대한 발주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삼성전자 평택 P3 공장 등에 웨이퍼(반도체 원판) 기준 월 3만장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신규 투자가 진행될 전망이다. 올 하반기에는 평택 P4 공장 건물을 완성한 이후 설비 반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경기 이천 M14의 낸드플래시 생산설비를 이전하고 확보된 공간에 10나노 초반대 D램 설비를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D램 시장 회복세에 설비투자 본격화

인공지능(AI) 시장 개화에 따라 AI 서버 등에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며 D램 시장이 본격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중 D램 시장이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메모리 D램 현물 가격이 하락세를 멈추고 5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DDR5 등 고부가 D램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설비투자를 앞당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라인을 제외하면 신규 D램 ·낸드 웨이퍼 전공정 설비 구축은 보수적으로 집행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D램 경쟁력 강화를 위해 P3 잔여 공간과 신규 팹 P4에서의 D램 투자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며 “SK하이닉스도 D램 경쟁력 우위 유지를 위한 추가 투자 가능성이 높아 관련 장비 투자가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HBM 훈풍에도 소외됐던 전공정 장비사 실적 반등 전망

SK하이닉스 이천 M16 공장 전경./SK하이닉스 제공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로 그동안 실적이 부진했던 전공정 장비사들의 장비 공급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침체에도 HBM 수요는 꾸준히 늘어 HBM의 성능과 수율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패키징 공정에 투입되는 후공정 장비업체들에 대한 장비 발주는 지속됐다. 하지만 전공정 장비업체들은 HBM 생산 확대 사이클의 수혜를 입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생산공정은 웨이퍼를 제조하고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과 반도체를 자르고 전기배선 등을 연결해 전자기기에 탑재할 수 있는 형태로 조립하는 후공정으로 나뉜다.

국내 대표 전공정 장비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과 유진테크, 원익IPS 등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급감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89억원으로 전년 대비 76.6% 감소했고, 유진테크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 24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과 비교해 54% 줄었다. 원익IPS도 영업손실 18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설비투자로 전공정 장비사들이 실적 반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김민철 교보증권 연구원은 주성엔지니어링과 관련해 “국내 고객사의 선단 공정 투자 확대로 지난해와 비교할 때 영업이익이 257% 증가한 103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서승연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진테크의 올해 실적에 대해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계의 투자 확대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54% 증가한 375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