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지난해 4분기 중국 태블릿PC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애국소비 열풍에 올라탄 화웨이가 중국 내 입지를 넓히면서 이 같은 성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태블릿PC 시장에서는 1, 2위인 애플과 삼성전자와 격차가 여전한 상태다.
23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4분기 중국 태블릿PC 시장에서 점유율 30.8%를 달성,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6%포인트(P) 늘어난 점유율이다. 같은 기간 애플의 점유율 6.7%P 줄어든 30.5%에 그쳐, 2위로 밀려났다. 샤오미, 아너, 레노버 등 중화권 업체들이 각각 9.4%, 7.6%, 7.2%의 점유율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4분기 중국 태블릿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5.7% 줄어든 817만대로 부진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IT 기기 소매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작년 중국 태블릿PC 출하량도 4.5% 줄었다.
◇ 자체 개발 AP 탑재해 中 애국소비 이끌어
화웨이는 지난해 9월 내놓은 태블릿PC 신제품 메이트프로 패드 13.2가 인기를 끌면서 중국 태블릿PC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 제품은 화웨이가 미국 제재를 뚫고 자체 개발한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기린 9000S'가 탑재되면서 출시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파장을 일으킨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메이트 60프로'와 동일한 AP다.
화웨이는 메이트프로 패드 13.2에 지금까지 나온 태블릿PC 중 가장 큰 13.2인치 초대형 디스플레이와 화웨이 자체 무선 연결 기술 니어링크, M-펜슬3 등을 탑재했다. 중국 IT 매체 기즈모차이나는 "메이트프로 패드 13.2는 중국 최점단 IT 기술을의 상징으로 떠올랐다"라고 평가했다.
IDC는 "중국 소비자들이 첨단 신기술을 쫓으면서도 부담스러운 태블릿PC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애플 제품이라면 무조건 선호했던 이전과 달리 성능과 디자인, 가성비 등을 따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화웨이 태블릿PC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 전 세계 점유율은 애플 40%, 여전히 독보적
화웨이 태블릿PC는 가격 경쟁력에서 애플 아이패드를 앞서고 있다. 화웨이 메이트프로 패드 13.2 가격은 96만(256GB)~129만원(1TB)이다. 반면 비슷한 크기의 12.9인치 애플 아이패드 프로는 173만(128GB)~338만원(2TB)에 달한다.
다만 여전히 전 세계 태블릿PC 시장에서는 애플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ID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화웨이의 글로벌 태블릿PC 시장 점유율은 7.6%로 1위 애플(40.6%), 2위 삼성전자(19.8%)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럼에도 화웨이의 성장세는 주목된다.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태블릿PC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7.4%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화웨이는 출하량을 21.2% 늘리면서 애플과 삼성전자를 추격했다. 같은 기간 애플과 삼성전자의 출하량이 각각 29.3%, 6.6%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