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논란 당시 등장한 트럭 시위 모습./온라인 커뮤미티 '인벤' 캡처

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개정 게임산업법이 3월 22일 시행되는 가운데, 해당 법안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모니터링단을 두고 게임사들의 아이템 확률 표시 의무 이행을 감시하겠다는 계획인데, 게임사의 공지와 실제 확률을 실시간으로 대조할 법적 권한이 모니터링단에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전날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공개 관련 해설서’를 내놓고 확률형 아이템 종류별 정보 표시 방법을 상세하게 발표했다. 뽑기 시도 횟수에 따라 확률이 바뀌는 변동 확률이나, 이용자의 시도 횟수에 따른 구간별 성공 확률을 모두 공개하도록 했다. 변동 확률을 적용하고도 이를 뭉뚱그려 평균적인 획득 확률만 명시해온 게임사들의 경우 법이 시행되면 더이상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한 셈이다.

빙고 판이나 퍼즐 등 특정 조합을 완성해 별도의 보상을 얻는 ‘컴플리트 가챠’(합성형 뽑기)도 조합에 필요한 모든 세부 확률을 표시하도록 했다. 아이템 성능을 강화하는 확률형 아이템도 강화 구간별 성공·실패 확률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아이템 옵션을 변경하는 방식의 경우 각 옵션이 등장할 확률이 몇 %인지, 같은 옵션의 중복이 얼마나 가능한지도 상세하게 명시해야 한다.

게임사들은 자사 게임물과 웹사이트, 광고물에 확률형 아이템 종류와 공급 확률 정보 등을 표기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정부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모니터링단을 두고 이를 잘 이행하는지 지켜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게임사들은 이미 자율 규제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지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사가 공개하는 확률 정보와 실제 확률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게 관건이다.

이를 확인하는 역할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맡기로 했다. 게임위는 비정규직 24명으로 구성된 모니터링단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모니터링단이 정규직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문성 있는 조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위는 “해당 사업 인력의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외부적 요인으로 이를 달성하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사업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불가피하게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는 것을 양해해 달라”고 밝혔다. 게임위의 이 같은 발언은 예산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모니터링단 운영을 위한 예산은 16억8800만원으로 배정됐다.

모니터링단의 활동 근거인 개정 게임산업법에는 이들이 게임 프로그램 내 아이템 공급 확률을 실시간으로 들여다 볼 권한이 명시되지 않았다. 감시 기구의 업무 권한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은 한, 모니터링단 활동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차 검증 수단이 제보 또는 모니터링단이 직접 게임을 해보는 것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역차별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국내 주요 업체들은 이미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를 통해 자율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표시하고 있다. 이를 어기고 있는 곳은 대부분 해외 업체들인데 이들에 대한 제재 방안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장은 “게임위의 모니터링단이 게임사들이 공지한 확률을 실제 확률과 맞는지 검증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면서도 “이를 확인하려면 법적인 근거는 물론이고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고, 게임사의 반발도 있을 수 있다. 모니터링단이 1차적인 검토를 하되 추후 공정위로 이관하기로 한 현재 방식이 절충안으로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규제 범위가 넓어 이를 보다 세세하게 구분하고 실제적으로 실효성이 생길 수 있도록 사회적인 합의를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