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한 소비자가 애플 비전 프로를 체험하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애플의 혼합현실(MX) 기기 ‘비전 프로’ 초기 구매자들이 반품에 나서고 있다. 애플이 처음 시도하는 폼팩터(기기 형태)라는 상징성에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두통과 멀미를 유발하는 단점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15일 IT매체 더버지, 비즈니스인사이더, 기즈모도 등은 애플 비전 프로 초기 구매자를 중심으로 비전 프로 반품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더버지는 “지난 2일 애플 비전 프로 판매가 시작된 이후 구매 후 14일이 되는 오는 16일 전까지 반품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애플 비전 프로와의 허니문은 이미 끝났다”라고 전했다.

애플은 제품 구매 후 14일까지 반품을 허용한다. 미국과 EU(유럽연합) 등 주요국이 전자제품 등 고가 기기에 대해 14일 이내 교환·환불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할부거래법 제8조(청약의 철회)와 제24조(소비자의 청약의 철회)에 따라 14일 이내 반품이 가능하다. 휴대폰 반품이나 통신요금 개통 철회도 같은 이유로 할 수 있다. 미국 내 애플 비전 프로 구매자들이 14일 이내 반품에 나서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비전 프로 구매자들이 반품에 나서는 건 비전 프로가 사용자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비전 프로 구매자들을 중심으로 “두통을 주고 멀미를 유발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테크 리뷰어 알제이는 “비전 프로는 그동안 경험한 기술 중 가장 멋지지만, 빨리 비전 프로를 반품하고 싶다”라며 “10분 사용 후에도 두통을 해결할 수 없다”라고 했다.

애플 비전 프로 구매자들이 비전 프로를 반품하고 있다는 미국 IT 매체 더버지 소개 자료. /더버지 캡처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도 비슷한 반응을 찾을 수 있다. 레딧 사용자 토렌그라는 “애플 비전 프로를 개봉해 사용한 지 2시간 만에 다시 포장해 반납하기로 했다”라며 “꽤 멋진 경험이었지만 어지러움 때문에 자주 사용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라고 했다. 자신을 구글 개발자라고 소개한 오토라니는 “부담스러운 무게와 스트랩 디자인으로 짧은 시간 착용하기에도 불편을 느꼈다”라며 “비전 프로를 쓰고 싶지만 착용하는 게 두렵다”라고 했다.

3500달러(약 466만원)의 비싼 가격 대비 활용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아이폰 출시 겪었던 다양한 파일 형식을 지원하지 않는 게 대표적이다. 더버지는 “비전 프로의 하드웨어만이 반품의 유일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다른 불만은 비전 프로가 가격에 비해 충분한 생산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가령 아이폰에서는 ‘아래아한글’ 문서를 보기 위해 별도 앱을 설치하면 되지만 비전 프로는 전용 앱 개발이 되지 않아 관련 문서를 보지 못하는 식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비전 프로는 미국에서만 판매되는 만큼 다른 지역에서 2~3배 넘는 가격에 재판매되는 등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유명 마켓플레이스 메루카리에서 비전 프로가 80만엔(719만원)에 재판매됐다”라며 “중국에서는 3만6000위안(약 664만원), 싱가포르에서도 8500싱가포르달러(841만원)에 거래되는 등 비전 프로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라고 했다.

한편 비전 프로에 대한 경쟁사의 견제도 거세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13일(현지시각)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나는 퀘스트(메타 MR 헤드셋)가 매우 좋고 가격이 (비전 프로의) 7분의 1이기 때문에 대다수에게 더 나은 가격 대비 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비전 프로를) 쓰고 난 뒤에는 퀘스트가 가격 대비 가치가 좋을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 퀘스트는 (비전 프로보다) 더 나은 제품이다”라고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비전 프로가) 아직 완성된 느낌이 아니다”라며 “감동적(blow away)이진 않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