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PC는 인간의 인지 영역을 벗어날 정도의 미세 공정과 함께 다양한 구성 요소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에 PC의 구성 요소 중 어느 한 부분이 느리다면, 이 느린 부분이 다른 부분의 성능에 발목을 잡는 경우가 빈번했고, 이를 흔히 ‘병목 현상’이라 부른다. 수십 년간 PC에서 성능 병목 현상의 지점으로는 상대적으로 성능 향상이 더뎠던 ‘스토리지’가 꼽혀 왔다.

하지만 플래시 메모리 기반의 SSD(Solid State Drive)가 등장하면서 스토리지 계층에서의 기대 성능은 수십 배 이상 크게 높아졌고, 용량과 가격의 현실화와 함께 오늘날 거의 모든 PC는 SSD를 사용하고 있다. SSD의 성능 또한 최근 십수 년간 크게 높아져, 이제는 많은 SSD들이 기존 표준인 SATA(Serial ATA) 대신, 이보다 수 배 빠른 PCIe(PCI Express)에 직접 연결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씨게이트의 ‘파이어쿠다 540(Firecuda 540)’ SSD는 지금까지 스토리지 성능에 아쉬움을 느끼던 사용자들에 한 차원 높은 성능을 제공할 제품이다. 이 제품은 이전 세대 대비 최대 전송 대역폭이 두 배 높아진 PCIe 5.0 인터페이스를 사용해, 이전 세대보다 50% 가까이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 또한 PC에서 파이어쿠다 540 SSD와 전통적인 고용량 하드 드라이브의 조합은 고성능과 고용량이라는 상반된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씨게이트 파이어쿠다 540 2TB SSD / 권용만 기자

성능 특이점 넘어선 PCIe 5.0 기반 SSD

씨게이트 파이어쿠다 540 SSD의 중요한 특징은 ‘PCIe 5.0′을 지원하는 SSD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PCIe NVMe SSD에 사용되는 4레인 구성을 기준으로, PCIe 3.0의 최대 전송 속도는 초당 약 4기가바이트(GB)고, PCIe 4.0은 초당 8GB지만, PCIe 5.0에 이르면 초당 최대 16GB에 이른다. 이 정도의 순차 전송 속도면 DDR3 메모리 시절의 싱글 채널 DDR3-1600 메모리의 전송 속도인 12.8GB/s 보다도 높은 수준에 이른 것이다.

파이어쿠다 540은 이러한 인터페이스 수준에서의 장점을 살려, 기존 PCIe 4.0 기반 SSD들의 인터페이스 한계를 훌쩍 넘어선 성능을 제공한다. 제품 차원에서, 파이어쿠다 540의 최대 순차 전송 속도는 2테라바이트(TB) 모델 기준 읽기, 쓰기 모두 약 10GB/s다. 이는 PCIe 4.0을 쓰던 이전 세대 모델 대비 최대 50% 가량 높은 성능이며, 표준 SATA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SSD와 비교하면 17배까지 높은 성능이다.

이전 세대 모델인 파이어쿠다 530과 비교하면, 파이어쿠다 540은 순차 전송 속도에서는 약 37% 정도 높은 약 10GB/s, 무작위 전송 성능에서는 약 50% 정도 높은 150만 IOPS(I/O per second)성능을 제공한다. 내구성 측면에서는 2TB 모델 기준 최대 2000TB를 기록할 수 있는데, 이는 매일 SSD에 1TB의 데이터를 기록하면서도 5년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보증 기간은 5년으로, 데이터 복구 서비스도 3년간 제공된다.

PCIe 5.0 M.2 소켓을 지원하는 메인보드에서 제 성능을 낼 수 있다. / 권용만 기자

한편, 이 SSD의 제 성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PCIe 5.0 M.2 소켓이 있는 메인보드가 필요하다. 인텔 CPU용 플랫폼의 경우에는 Z790 칩셋 기반의 고급형 메인보드에서, AMD CPU용 메인보드에서는 B650 칩셋 기반 메인보드 이상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는데, 메인보드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물론 기존 PCIe 4.0 기반 M.2 소켓에서도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이 때는 기존의 PCIe 4.0 기반 SSD 대비 성능 우위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파이어쿠다 540 SSD는 전송 속도가 크게 올라가면서 소비전력과 발열 또한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 됐다. 씨게이트의 공식 사양 기준, 2TB 제품의 소비 전력은 평균 11W로 이전 세대의 8W 대비 제법 올랐다. 이에 씨게이트는 이 SSD를 사용하는 데 있어, SSD를 위한 방열판 등 별도의 쿨링 솔루션을 준비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이에 이 제품은 노트북에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전력과 공간 등에 여유가 있는 데스크톱 PC에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파이어쿠다 540은 현재 1TB, 2TB 용량의 모델이 제공되며, 2TB 쪽이 좀 더 성능이 높다. 이전 세대 530 모델이 500GB부터 4TB까지 4개 모델이 제공되던 데 비하면 선택의 폭이 조금 줄었지만, 현재 시장에서 가장 많이 찾는 용량대의 제품으로 구성된 점이 눈에 띈다. 고성능과 고용량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스토리지 구성이 필요하다면, 하나의 고가 고용량 SSD보다는 고성능 SSD와 적당한 고용량 QLC SSD, 고용량 하드 드라이브 등이 조합된 계층형 구성을 갖추는 것도 비용과 만족도 측면에서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CrystalDiskMark 8.0.4(1GB) 테스트 결과, 단위 MB/s, 높을수록 좋다. / 권용만 기자

이론적 순차 성능 차이를 넘어설 ‘실효 성능’

테스트 시스템은 인텔 코어 i9-14900K 프로세서와 에이수스의 ROG 막시무스 Z790 APEX ENCORE 메인보드, 64GB DDR5-5600 메모리, 인텔 아크 A770 16GB 리미티드 에디션 그래픽카드를 사용했다. 테스트는 SSD의 순수 성능을 확인하는 ‘크리스탈디스크마크(CrystalDiskMark)’와 PC의 종합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PC마크 10(PCmark 10)’을 사용했으며, 테스트 모델은 파이어쿠다 540 2TB, 대조군으로는 이전 세대 모델인 파이어쿠다 530 1TB를 사용했다.

‘크리스탈디스크마크’ 테스트에서 파이어쿠다 540 모델의 순차 전송 속도는 읽기, 쓰기 모두에서 제조사 공식 사양인 10GB/s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용량대가 다른 제품이긴 하지만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읽기 성능은 40% 이상, 쓰기 성능은 70% 이상 높아진 것이다. 이는 최신 SSD에서 성능 체감이 큰 고용량 파일 전송 등에서 충분히 체감 가능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외로 ‘무작위’ 성능 결과에서는 540 쪽이 530 대비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두 제품 모두 높은 수준의 절대 성능을 갖춘 만큼, 이러한 차이가 실제 체감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드물 것으로 보인다. 또한 두 제품 모두 1GB 샘플과 64GB 샘플의 성능이 거의 동일하다는 부분이 인상적인데, 이는 충분한 수준의 캐시 용량을 갖춰 대용량 전송에서도 제법 실용적인 지속성을 갖췄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PCmark 10(Storage - Full System Drive Benchmark) 테스트 결과, Score/Bandwidth는 높을수록, Average Access Time은 낮을수록 좋다. / 권용만 기자

비슷한 시스템 구성 조건에서 SSD만 달라지는 경우, 성능 차이는 스토리지 활용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운영체제가 탑재된 시스템 드라이브로의 사용을 가정하는 PC마크 10의 ‘풀 시스템 드라이브 벤치마크’ 항목에서 파이어쿠다 540 2TB 모델은 530 1TB 모델보다 40% 이상 높은 성능을 보이는 점이 눈에 띈다. 파이어쿠다 540 2TB는 530 1TB 대비, 총점에서는 46%, 전송 속도에서는 43% 가량 높은 성능을 냈으며, 평균 접근 시간도 33% 정도 낮았다.

한편, 같은 SSD라 해도 PCIe 5.0 기반 SSD는 예전의 SATA SSD와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이 인상적이다. 같은 테스트에서 파이어쿠다 540 2TB는 마이크론 크루셜의 MX500 500GB 대비 총점에서는 6배 이상, 대역폭에서도 5.8배 빠른 성능을 보였으며, 접근 시간도 6배 이상 빨랐다. 이 정도면 SSD를 시스템 드라이브나 작업용 스크래치 드라이브 등으로 사용할 때, 파이어쿠다 540 등의 최신 SSD가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은 기대 이상으로 크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PCIe 5.0 기반으로 한 차원 높은 성능을 갖춘 씨게이트 파이어쿠다 540 SSD / 권용만 기자

성능과 용량, 비용 모두 잡는 고성능 SSD와 고용량 하드 드라이브 조합

씨게이트 파이어쿠다 540의 장점은 ‘성능’으로, 몇 세대 전의 기준이긴 하지만 메인 메모리 급의 성능을 SSD가 따라잡았다는 점은 제법 인상적인 성과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용량’이다. 파이어쿠다 540은 최대 2TB 용량까지 나와 있고, 현재 거의 모든 PC에서 PCIe 5.0 M.2 소켓은 최대 한두개 정도에 그친다. 즉, 점점 데이터 용량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고성능 SSD로만 시스템을 구성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용량이 아쉬울 수밖에 없게 된다.

이 때, 성능이 장점인 고성능 SSD와 용량이 장점인 고용량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의 조합은 성능과 용량, 편의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좋은 조합이다. SSD가 하드 디스크 대비 성능이나 전력 소비량 등 모든 부분에서 우위에 있지만, 여전히 용량당 가격에서는 고용량 하드 디스크의 경쟁력이 높다. 또한 SSD나 하드 디스크를 여러 개 사용하기에는, 현재 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PCIe M.2 소켓은 몇 개 되지 않는 귀중한 자원이다.

모든 상황에서 SSD의 성능이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평범한 동영상이나 음악 콘텐츠 감상, 클라우드와의 데이터 동기화 등은 하드 디스크를 사용하더라도 네트워크 등의 다른 부분에 병목이 생겨 성능 차이를 체감할 수 없다. 또한 우리의 시간은 한정돼 있고, SSD에 많은 게임이 설치돼 있더라도 이를 모두 동시에 즐기지도 않는다. 이런 경우라면, 성능이 중요한 프로그램이나 데이터는 SSD에, 상대적으로 성능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데이터는 하드 디스크에 저장하고 활용하는 쪽이 효과적이다.

고용량 하드 디스크와 함께 사용하면 성능과 용량 모두에서 만족스러운 구성이 가능하다. / 권용만 기자

하드 디스크는 구조적으로 대용량 데이터의 순차 전송에 유리하고, 크기가 작은 데이터에 무작위로 접근하는 상황에 취약하다. 이에 PC에서 하드 디스크를 보조 드라이브로 사용할 때, 가장 유리한 사용처는 동영상이나 음악 등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데이터를 보관하고 활용할 때다. 최신 고용량 하드 디스크는 이제 순차 전송속도에서 초당 200MB를 넘어서는데, SSD에 비하면 아쉽더라도 네트워크에 비해서는 여러 모로 빠르고 손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이다.

PC의 스토리지 구성에서도 고성능 SSD와 하드 디스크를 목적에 따라 쓰는 ‘계층형’ 구성은 성능과 용량을 모두 잡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이 때, 고성능 SSD에서는 운영체제와 프로그램, 가상 메모리, 작업 도구의 스크래치, 작업 중인 데이터나 주로 즐기는 게임 등을 설치하고, 하드 디스크에는 대용량 미디어 라이브러리나 로딩 시간이 크게 아쉽지 않은 대용량 게임 등을 설치하는 식으로 사용하면 유용하다.

한편, 이러한 계층형 스토리지 구성에는 최근 비용 대비 용량과 성능에서 매력이 높은 2TB 급의 QLC SSD를 함께 사용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M.2 소켓을 사용하는 PCIe SSD는 메인보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M.2 소켓 수 제약이 큰 만큼, 최대한 적은 수의 드라이브로 원하는 용량과 성능을 얻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반면, 하드 디스크는 상대적으로 개수에 여유가 있는 SATA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만큼 용량 확보 목적에서는 유리한 입장이다.

여러 가지 조합을 고려했을 때, 씨게이트의 ‘파이어쿠다 540′ SSD는 PC의 ‘성능’을 위한 드라이브로 매력적인 특징을 제공한다. 특히 10GB/s 이상의 순차 전송 속도는 전문 콘텐츠 제작 환경 등에서도 아쉬움 없는 성능을 제공할 것이다. 적절한 고용량 하드 드라이브와의 조합은 한 대의 PC에 작업 성능과 저장 공간을 모두 갖출 수 있는 매력적인 옵션이 될 것이다. PC 시장의 주류가 SSD로 바뀐 지도 오래지만, SSD와 하드 디스크의 조합은 여전히 여러 가지 면에서 매력적인 구성 방법임이 분명하다.

IT조선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