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베스트바이에서 1499달러에 할인 판매 중인 LG전자 65인치 미니LED 8K TV./베스트바이 캡처

삼성전자, LG전자 등 글로벌 TV 업체들이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 특수'를 잡기 위해 할인 경쟁에 돌입하면서 대형 TV 판매 가격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 시즌은 미국 현지 시장에서 TV가 제일 많이 팔리는 기간 중 하나로, TV 판매 대결이 치열하다. 올해는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TV 구매에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업체 간 할인 경쟁이 심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 서플라이체인 컨설턴츠(DSCC)에 따르면, 미국 주요 소매업체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형 TV 절반 이상의 가격이 역대 최저가를 찍었다. LG 65인치 미니LED 8K와 삼성 65인치 QD(퀀텀닷)-OLED TV는 각각 1499달러, 1539달러로 사상 최저가를 기록했다. 삼성 77인치 QD-OLED TV는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당시 최저가인 1999달러에 나왔으나, 슈퍼볼 할인 기간엔 여기서 200달러 더 싸진 1799달러에 팔렸다.

통상 슈퍼볼 TV 특수는 경기를 더욱 생동감 있게 시청할 수 있는 프리미엄 모델에 쏠리는 만큼, TV 업체들도 저렴한 모델보다는 프리미엄 모델에 할인을 집중한다. DSCC는 "두달 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서 TV 최저가를 경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형 TV 모델에서 최저가가 속출했다"며 "슈퍼볼 시즌엔 지인들을 파티에 초대해 새 TV를 과시하려는 소비가 많아 블랙프라이데이와 달리 프리미엄 TV 판매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저가 물량 공세로 잘 알려진 중국 TV 업체들도 할인 맹공에 나섰다. 하이센스 85인치 TV는 월마트 등에서 같은 크기의 TV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인 699달러에 팔리고 있다. 슈퍼볼 행사 이전 4999달러에 팔리던 TCL의 98인치 TV는 2499달러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지난 연말부터 TV 업체들의 대대적인 할인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잠잠하던 시장 수요도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작년 말 블랙프라이데이의 판매 호조를 기점으로 TV 시장 수요가 점차 살아나고 있다"며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TV 소매업체들이 상황을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북미 시장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1.7% 늘어난 422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그중 60인치 이상 대형 TV 출하량은 전년보다 11.6% 늘어난 1330만대로 예상돼, 수요 반등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