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 매장./뉴스1

정부가 통신 3사의 통신망을 단순 대여해 돈을 버는 알뜰폰(MVNO) 업체에 대한 규제 정책을 검토 중이다. 허가제로 운영되는 알뜰폰 시장에 80여개 업체가 난립하면서 알뜰폰을 쓰는 1500만 이용자에 대한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 설비를 갖춘 풀 MVNO는 지원해 가계통신비 완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용자 보호에 미흡한 알뜰폰(MVNO) 업체들을 규제하는 동시에 알뜰폰 대형화를 위해 설비를 갖추거나 가입자가 많은 알뜰폰의 도매대가(통신망 사용료)를 낮춰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서비스센터 운영 등 알뜰폰 서비스 평가 기준을 세분화해 향후 도매대가 산정에 반영한다. 가령 서비스 평가 점수가 높은 알뜰폰 업체에는 도매대가를 낮춰주는 식이다. 동시에 알뜰폰에 감면 중인 전파사용료를 차등 지급할 방침이다. 정부는 통신 회선당 분기별 1250원 수준의 전파사용료를 받고 있으며 현재 중소 알뜰폰에는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 이용자 보호 평가해 도매대가 차등 적용

정부는 2012년 알뜰폰 도입 후 10년 넘게 알뜰폰 육성 정책을 펼쳐왔다. 알뜰폰이 통신 3사의 독과점 체제를 허물어 가계 통신비를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서비스센터 부재, 개인정보 관리 취약, 통신 품질 저하 등 문제가 계속되면서 무조건적인 육성 대신 자생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알뜰폰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정부가 통신 3사 독과점 체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4 이동통신사 유치에 속도를 내면서 알뜰폰 정책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4 이통사를 키우는 정책이 알뜰폰 육성 정책과 대치되면서 정책 수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통신 3사 과점 체제를 허물기 위해 알뜰폰을 육성하는 상황에서 제4 이통사 유치에 따라 통신시장 활성화 정책이 엇박자가 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정부가 균형 잡힌 통신 정책을 원점에서 재수립해야 한다”라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김경만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국장)은 지난 5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진행된 5G(5세대 이동통신) 28㎓(기가헤르츠) 주파수 경매 결과 백브리핑에서 “80여개의 알뜰폰 사업자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이용자 보호에 미흡한 업체들을 강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현재 알뜰폰 업체들은 통신망을 빌려 재판매하는 현재 사업 방식으로도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으니 투자에 나설 이유가 없다”라며 “이용자 보호 등 대부분의 문제가 이런 사업 방식에서 나오는 만큼 단순 재판매를 넘어 자체 설비에 나서게 할 유인책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 풀 MVNO 추진 적극 지원… 알뜰폰 정책 전환

알뜰폰 업체들은 과금, 가입자 정보 등 모든 정보를 통신망을 대여하는 통신 3사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자체 전산 설비를 갖춘 풀 MVNO가 될 경우 가입자 정보 등을 직접 관리할 수 있다. 통신망은 여전히 통신 3사로부터 빌려쓰지만 가입자가 사용한 데이터 사용량, 가입자 정보 등을 직접 관리할 수 있어 다양한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알뜰폰 업체 입장에서는 초기 전산 설비투자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업계는 풀 MVNO를 위한 초기 전산 설비에 3000억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알뜰폰 업체 대부분의 연 매출이 500억원 이하인 걸 감안할 때 모기업이 있는 통신 3사 자회사 알뜰폰와 일부 알뜰폰 업체를 제외하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알뜰폰 육성은 가계통신비 완화를 위한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정책 중 하나”라며 “풀 MVNO에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