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 과천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제3차 방송통신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스1

정부가 포털뉴스 서비스의 공정성·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했던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법정기구화 입법을 잠정 보류했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체적으로 포털뉴스 서비스 혁신에 속도를 내면서 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지난해 5월 중단했던 제평위 활동도 조만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 방통위 “네이버 자체 개선 방안 지켜볼 것”

1일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방통위는 제평위 법정기구화를 위한 정부 입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최근 결정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그동안 제평위 법정기구화를 위한 협의체를 운영하고 입법을 준비했지만, 네이버 등이 자체적으로 제평위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만큼 이를 지켜보기로 했다”며 “입법 논의를 위한 3기 협의체도 현재로선 검토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제평위는 뉴스서비스를 운영하는 네이버, 카카오와 언론사 간 제휴를 위해 설립된 민간 자율기구다. 지난 2016년부터 포털뉴스 입점 심사와 제재를 담당해 왔는데 사실상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를 좌지우지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정치권에서 제평위가 가짜뉴스를 방치하고 좌편향되어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제평위를 민간 자율기구에서 법정기구로 전환해 심사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법적 규제를 받도록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방통위는 이를 위해 지난 2022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정부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제평위 법정기구화 협의체를 운영했다. 2기 협의체에서 논의된 내용을 기반으로 입법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가짜뉴스 척결’을 내세운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8월 취임하면서 제평위 법정기구화 입법에 속도를 냈다. 이 전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사퇴한 뒤에도,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사업자와 분야별 전문가 등 각계 의견을 종합해 곧 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금년 내 발의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지난해 말 취임하면서 제평위 법정기구화 입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결국 추진을 중단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8년 간 제평위가 유지되면서 여러가지 비판 여론이 있었다”며 “포털의 자정, 제평위의 공정성, 특히 기사 배열 같은 공정성에 대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 네이버, 뉴스혁신포럼 출범… 제평위 운영도 재개 전망

정부가 제평위 법정기구화 입법을 중단한 것은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가 포털뉴스 서비스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 5월 출범 중단했던 제평위 운영을 조만간 재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네이버는 올해 첫 조직개편을 통해 뉴스 서비스 부문을 최고경영자(CEO)인 최수연 대표 직속 조직으로 변경했다. 최근에는 외부 인사들로만 구성된 뉴스포럼혁신위원회를 출범하고 지난달 31일 박근혜 정부 시절 방통위원장을 지낸 최성준 법무법인 김장리 대표변호사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네이버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뉴스 혁신포럼 발족식과 함께 첫 회의를 열고, 위원장으로 최성준 위원을 선출했다./네이버 제공

뉴스혁신포럼은 네이버 뉴스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목표로, 제평위 시스템과 함께 알고리즘,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 대응 정책, 댓글 정책 등 종합적인 개선 방안을 올 1분기 내 내놓을 예정이다.

카카오도 지난해 6월 포털 사이트 다음에 뉴스 댓글을 없애는 대신 실시간 채팅을 도입했다. 다음이 뉴스에 댓글을 도입한 2003년 이후 20년 만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11월에는 이용자의 뉴스 선택권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으로 다음뉴스 검색 기본값 결과에서 CP(콘텐츠제휴) 언론사 기사만 표시되도록 검색 기본값을 변경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모바일 다음뉴스 서비스도 각 CP 언론사의 편집권을 강화하는 시스템으로 개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