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형 게임'이 국내 게임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방치형 게임은 직접 조작 없이도 캐릭터가 자동으로 움직이며 동작을 수행하는 장르다. 최근 방치형 게임들은 1분에도 수십 번씩 아이템, 재화 같은 보상을 지급한다. 게임에 시간을 쏟기 어려운 이용자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재미를 느낄 수 있다.
2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컴투스홀딩스의 글로벌 신작 '소울 스트라이크'가 출시 3일 만인 지난 20일 구글 플레이(한국 기준) 인기 다운로드 게임 1위에 올랐다. 컴투스홀딩스와 티키타가 스튜디오가 손잡고 선보이는 소울 스트라이크는 출시 후 일주일 내내 인기 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컴투스홀딩스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방치형 게임에 핵앤슬래시(전투를 강조한 역할수행게임)의 요소를 가미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방치형 게임과 달리 성장 뿐 아니라 외형 꾸미기까지 할 수 있는 '영혼장비'도 이 게임의 특징이다. 총 6개 장비의 영혼 장비는 재화를 소비해 얻는 것이 아니라 게이지 획득으로만 소환할 수 있다.
중국 게임사 조이넷게임즈가 지난달 출시한 방치형 게임 '버섯커 키우기'는 리니지 시리즈를 제치고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앱 시장 분석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버섯커 키우기는 지난 8~14일 애플 앱스토어(한국 기준) 매출 1위를 기록했다. 기존 1위인 엔씨소프트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M'을 끌어내린 것이다.
국내 게임 중에서는 넷마블이 지난해 9월 출시한 방치형 게임 '세븐나이츠 키우기'가 인기를 끌었다.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출시 두달 만에 약 55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출시된 지 3개월이 지난 지난달까지도 매출 3위(앱스토어 기준)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즐길 수 있는 MMORPG에 지친 게임 이용자들이 대척점에 서있는 방치형 게임에 몰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숏폼(짧은 길이의 동영상) 콘텐츠의 유행이 짧은 시간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치형 게임 인기에 불을 지폈다고 평가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요즘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소셜미디어(SNS) 등 게임 외에도 즐길 거리가 많아 바쁜 현대인이 게임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게임에 관심은 있지만 진입이 망설여졌던 이들에게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방치형 게임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고 했다.
게임사 입장에서도 콘텐츠나 그래픽이 단순한 방치형 게임의 인기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게임을 개발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MMORPG 대비 덜 하고, 투입 자본 대비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21년 쿡앱스 등 중소형 게임사를 중심으로 방치형 게임이 잇따라 출시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2021년 3월 쿡앱스가 출시한 방치형 RPG '오늘도 던전'은 그해 11월 다운로드 100만건을 돌파하며 방치형 게임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쿡앱스는 '오늘도 던전' 성공에 힘입어 같은 해 12월 방치형 RPG 신작 '삼국지 키우기'를 출시했고, 킹콩 소프트도 '택틱스 사가'를 선보였다.
출시를 앞둔 방치형 게임도 여럿이다. 위메이드의 자회사 위메이드커넥트는 올해 7종의 신작 출시를 예고했는데, 이 중 2종이 방치형 게임인 '팔라딘 키우기'와 '용녀키우기'다. 넵튠의 자회사 EK게임즈 역시 지난 22일부터 방치형 게임인 '999위 용사'의 사전 예약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