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코믹스(웹소설이 원작인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 호평을 받으면서 K-콘텐츠의 저력을 알릴 ‘슈퍼 IP(지식재산권)’가 탄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니메이션의 인기에 이미 완결된 원작이 ‘역주행’에 성공한 데다, 스핀오프 소설까지 연재를 시작했고 올해 상반기 중 게임 출시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나 혼자만 레벨업’은 넷플릭스 한국 뿐 아니라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10개국 순위에서 현재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 예능이 대부분 순위권 안에 드는 가운데 애니메이션 작품으로는 10위 안에 유일하게 안착했다. 넷플릭스 이외에도 지난 7일부터 순차적으로 TV채널 애니플러스와 애니맥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 웨이브, 왓챠, 라프텔에 방영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은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A-1픽쳐스가 맡았다. A-1픽쳐스는 소드 아트 온라인, 페어리 테일, 청의 엑소시스트, 일곱 개의 대죄 등 유명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경력이 있는 스튜디오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허약하던 주인공 성진우가 우연한 계기에 능력을 성장시킬 수 있게 되면서 강력한 헌터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웹소설이 원작이며 이를 바탕으로 만든 웹툰이 큰 인기를 끌면서 누적 조회수 143억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그동안 글로벌 웹툰 시장을 확장하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대표 IP 역할을 해왔다.
특히 애니메이션은 팬들의 요청으로 만들어졌다. 2021년 미국 온라인청원사이트 ‘체인지’에 21만명이 넘는 팬들이 애니메이션화를 요청하는 청원에 참여했다. 애니메이션 공개 후 북미 최대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사이트인 크런치롤에서는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 서비스에 이용자들이 급격하게 유입되면서 서비스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인기에 웹툰 제작사인 디앤씨미디어 주가도 상승세다. 지난 5일 2만7000원대였던 주가는 이날 3만2150원에 마감했다. 웹툰 순위도 역주행 중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 웹툰 본편은 2018~2021년 연재됐고 외전은 작년 1~5월 연재돼 최신 작품이 아닌데도 카카오 웹툰과 카카오 페이지에서 실시간 랭킹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4월부터는 스핀오프 소설인 ‘나 혼자만 레벨업: 라그나로크’도 연재를 시작했다. 나 혼자만 레벨업 주인공인 성진우 대신 성진우의 아들인 성수호를 새로운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성수호가 성인으로 성장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 성진우 대신 지구를 구하기 위해 적과 맞서 싸우는 내용을 담았다. 원작과 세계관은 공유하되 또 다른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게임으로도 나온다. 넷마블은 올해 상반기 중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를 출시할 예정이다. 앞서 지스타 2022에서 개발 중인 버전이 공개되면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재미 측면에서는 검증이 끝났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의 핵심 요소인 ‘그림자 군단’을 육성하고 강력한 헌터들을 모아가는 부분을 잘 구현한 것 같다”며 “애니메이션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 곧 출시될 게임도 팬덤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라고 했다.
웹툰은 시각화된 작품이기 때문에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화가 용이하다는 점, 글로벌 콘텐츠 시장으로 확장하기 용이하다는 점, 흥행 여부를 1차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IP의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나 혼자만 레벨업’ 사례를 언급하며 ‘슈퍼 IP’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조 원장은 “웹소설도 재밌었지만, 웹툰은 더 재미 있으니까 애니메이션까지 제작된다”고 말했다. ‘원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Multi Use·OSMU)의 대표 사례로 나 혼자만 레벨업을 꼽은 것이다.
웹툰이 영상화되면 원작 웹툰이 재흥행하는 효과도 있다. IP 확장을 통해 창작자들의 수익이 증대되는 선순환구조가 반복된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9년 6월~2023년 6월) 영상물로 제작된 웹툰·웹소설(53개 작품) 거래액은 평균 439배 증가하고 조회수는 33배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원소스 멀티 유즈 제작이 증가하면 팬덤이 확장되고 또 다시 원소스 멀티 유즈 제작이 증가하게 된다”며 “이에 따라 블록버스터 IP가 탄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