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삼성리서치 아메리카(Samsung Reserch America·SRA) 앞. 경비원(사람)이 아닌 네 발로 다니는 로봇개가 순찰을 돌고 있었다. 이 로봇개는 현대차그룹이 2020년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만든 ‘스팟(Spot)’이다. SRA는 2년 전 스팟을 경비원으로 도입했고, 임직원 공모를 거쳐 ‘패트롤 파우(Patrol Paw)’라는 이름을 붙였다. 패트롤 파우는 24시간 순찰 업무를 수행하면서 시설물 파괴, 사건·사고 등을 경비팀에 알리고 있다.
패트롤 파우가 지키는 SRA는 축구장 5개 면적인 약 3만6000㎡(1만1000평) 규모로 글로벌 IT 기업·연구소가 몰려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에 위치해 있다. 5km 근방에 구글 본사 단지인 구글플렉스, 미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 연구센터, 마이크로소프트(MS) 실리콘밸리캠퍼스 등이 있다. 박성호 SRA 전략팀장은 “SRA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플랫폼 등 다양한 주제를 연구개발하는 곳”이라며 “SRA에는 현재 700여명의 삼성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라고 했다. 1988년에 설립된 SRA는 지난 2015년 12월 마운틴뷰에 자리를 잡았다. 미국 곳곳에 흩어진 연구소들을 한 곳으로 통합한 것이다.
SRA는 ‘혁신적 탁월함의 토대가 되자’는 철학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미래 핵심 기술을 연구해왔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PC, 모니터,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 하드웨어 연구에 주력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카메라, 디지털 헬스,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플랫폼, 음성 비서에 이어 인공지능(AI), 6G(6세대 이동통신), 로봇 등으로 연구 분야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AI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첫 AI폰 ‘갤럭시S24′ 시리즈에 들어간 갤럭시 AI도 2018년 SRA 산하 ‘SRA AI센터’에서 선행 연구가 진행됐다. SRA는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자 개개인에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AI 기술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SRA에서는 요리하는 AI 기반 셰프 어시스턴트 로봇 ‘삼성 봇 셰프’, 반려동물처럼 사람을 따라다니며 명령을 수행하는 AI 동반자 로봇 ‘볼리’(Ballie), 세계 최초 3D 옴니 뷰 카메라, 삼성전자 웨어러블 기기 기어, 인공지능 프로젝트 인공인간 ‘네온’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SRA를 지휘하는 노원일 연구소장(부사장)은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삼성전자의 미래를 위한 창조적인 기술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SRA에서는 대담한 실수에서 배우고자 하며, 옳은 일을 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모든 측면에서 서로를 지지한다”고 했다. 그는 또 “의미 있는 고객 경험을 창출하기 위해 기술 혁신을 도입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삼성전자가 리더(임원)급 외부 인재들을 초청해 사업 방향과 연구 분야를 소개하고 기술 트렌드에 대해 논의하는 ‘2023 테크 포럼’을 SRA에서 개최했다. 당시 미국 현지 개발자, 디자이너와 삼성전자 경영진 등 9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AI, 모바일 경험, 지능형 가전, 네트워크 가상기술 시스템온칩(SoC) 등에 대해 함께 토론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더 나은 일상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술이 어떻게 실생활의 어려움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해 왔다. 모든 디바이스가 하나로 연결되는 개인 맞춤형 초연결을 통해 모두의 꿈과 바람이 담긴 기술을 현실로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삼성전자의 미래 도전에 함께 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