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도 확장현실(XR) 기기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이에 올해부터 본격적인 경쟁의 장이 열릴 전망이다. XR기기는 AI 등장과 함께 ‘제2의 스마트폰’으로 주목받으며 시장이 개화하는 조짐이다. 기기를 비롯한 전후방 산업의 파급효과가 커 기업들은 해당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17일 IT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 LG전자는 XR 기기 시장 진입을 준비한다. XR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스마트폰을 잇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는다.
애플은 XR 헤드셋 ‘비전프로’를 올해 1분기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중 XR 제품을 선보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LG전자는 최근 열린 ‘CES 2024′에서 연내 XR 기기 시장 진출 계획을 알렸다.
업계선 애플의 ‘비전프로’ 출시를 통해 한동안 잠잠했던 XR 기기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메타와 소니 등이 각각 ‘퀘스트3′, ‘플레이스테이션VR2′ 등 XR기기를 선보인 바 있지만, ‘킬러 앱’의 부재로 대중화에 이르지 못했다. 오히려 미국에선 지난해 기준 매출이 8000억원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4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해 라몬 라마스 IDC 리서치 디렉터는 “애플의 시장 진입은 아직 작은 XR 시장에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라며 “다른 회사들도 다른 방식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등 흥행에 성공한 만큼 XR 기기 시장에서도 기술 완성도를 높였을 것이란 기대감과 경쟁사도 이에 대한 자극을 받을 것이란 설명이다.
애플은 2023년 6월 비전프로를 처음 공개했다. 일명 ‘머리에 쓰는 컴퓨터’로, 눈동자와 손동작, 음성 등을 사용해 헤드셋을 제어하는 것이 특징이다. 당시 팀 쿡 CEO는 비전프로에 대해 “소비자 기기 중 가장 진보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판매가는 256GB 기준 3499달러(약 470만원)으로 책정됐다. 애플 전문가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비전프로 출시 첫 해인 올해 출하량이 50만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XR 기기 시장 확장에 시동을 건다. 삼성전자는 XR 파트너십을 맺은 퀄컴이 최근 XR기기 전용 ‘스냅드래곤 XR2+ 2세대 플랫폼’을 공개해 해당 칩을 활용한 기기 출시가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샘모바일과 테크레이다 등 해외 IT매체는 갤럭시Z 시리즈가 발표되는 하반기 또는 연말을 유력한 출시 시점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2023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HE사업본부 내 ‘XR 사업담당’을 신설했다. 올해부터 XR사업을 본격화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북미이노베이션센터 ‘LG NOVA’를 중심으로 XR 분야 스타트업과 다각도로 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XR 기기는 사업 확장성이 높아 국내 기업에 매력적인 미래 먹거리가 될 전망이다. XR 기기는 디스플레이·광학·센서·반도체와 콘텐츠·플랫폼·서비스 등이 집약된 산업으로 파급 효과가 크다.
관련해 삼성·LG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 OLED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삼성전기, LG이노텍 등도 부품업체로서 XR 신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6G 등 네트워크 분야도 XR 기술 실현 등을 목표로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향후 성장성도 높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글로벌 XR 기기 출하량을 2022년 920만대 수준에서 2025년 185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최근 열린 CES에서 메타버스 성공 조건으로 플랫폼, 콘텐츠, 기기 편의성을 꼽으며 “스마트폰을 만들어본 경험으로 경량화, 소형화의 경험이 있고 플랫폼도 가지고 있는 셈”이라며 “TV를 보는 느낌을 몰입형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IT조선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