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대표이사 부사장이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최지희 기자

“삼성은 10년 넘게 AI에 투자해 왔고, 이런 투자는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실현되고 있다. 삼성의 목표는 전 세계 수백만명에게 AI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종희 삼성전자(005930) 대표이사 부회장은 8일(현지시각) “삼성에게 AI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AI가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안전한 기능에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 삼성은 AI를 사용해 우리의 현실을 더 지능적인 초현실 세계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프레스 컨퍼런스를 열고 ‘모두를 위한 AI: 일상 속 똑똑한 초연결 경험’을 주제로 미래 비전을 공개했다. 한 부회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선 이날 행사에는 전 세계 미디어·파트너 등 약 1200명이 참석했다.

◇ AI 기능 강화한 TV·세탁건조기·갤럭시 북 등 공개

삼성전자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4' 개막에 앞서 8일(현지시각)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AI 동반자 '볼리(Ballie)'를 공개했다./최지희 기자

삼성전자는 AI 기능이 강화된 TV와 가전 제품, 모바일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이와 함께 이른바 AI 동반자 ‘볼리’를 처음 공개했다. 공 모양의 볼리는 자율 주행으로 사용자가 부르면 오고, 별도의 컨트롤러 없이 음성으로 명령을 수행한다. 전후면에 카메라가 있어 스마트싱스와 연동된 기기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사용자의 생활 특성을 학습해 필요할 때 스스로 판단해 역할을 수행한다. 볼리는 세계 최초로 원·근접 투사가 모두 가능한 듀얼렌즈 기술 기반의 프로젝터를 탑재했다. 이에 벽이나 천장 어디든 화면을 띄워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또 ‘AI 스크린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AI 스크린이 집안의 중심이 돼 모든 기기를 연결하고 제어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비전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최신 AI 프로세서 ‘NQ8 AI 3세대’를 사용한 2024년형 Neo(네오) QLED 8K를 공개했다. 최신 프로세서에 탑재된 신경망은 512개로 전년 대비 8배 늘어났고, NPU(신경망처리장치)는 2배 빨라졌다. 새로운 AI 프로세서와 타이젠 OS(운영체제)로 TV 콘텐츠·서비스를 개인 맞춤형으로 추천해주고, 화질과 음질을 개선한다.

삼성전자 모델들이 24년형 Neo QLED 8K를 소개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AI 기능으로 연결성을 강화한 생활가전도 선보였다. 냉장고 전면부에 32형 와이드 스크린을 탑재한 2024년형 ‘비스포크 냉장고 패밀리허브 플러스’는 식재료를 넣거나 뺄 때마다 카메라가 인식하고, 보관된 푸드 리스트를 자동으로 만들어준다.

인덕션 신제품 ‘애니플레이스’는 모바일이나 패밀리허브 냉장고에서 전송한 요리 가이드를 7인치 LCD 스크린으로 보며 요리할 수 있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한 대로 합쳐진 ‘비스포크 AI 콤보’는 AI가 세탁물의 무게와 옷감의 재질, 오염도를 측정한다. 건습식 겸용 로봇청소기인 ‘비스포크 제트 봇 콤보’는 마룻바닥과 카페트를 스스로 인식해 재질에 맞춰 청소한다.

새로운 AI 기능을 강화한 ‘갤럭시 북4′ 시리즈도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와(MS)의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지능형 연결 기능인 ‘코파일럿’ 도입 계획을 밝혔다. 이로써 오는 3월부터 갤럭시 북4 시리즈에서는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고, 문자 메시지를 자동 작성하고 보내는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자회사 하만은 전장 시장에서 운전자의 행동 양식을 학습하는 ‘레디 케어’ 솔루션을 소개했다. AI뿐만 아니라 카메라, 딥러닝 기술로 운전자 얼굴과 생체 신호를 인식하고 운전자의 행동과 패턴을 학습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이다. 이와 함께 공개한 증강현실 기반의 헤드업 디스플레이 제품 ‘레디 비전’은 자동차 전면 유리에 내비게이션, 위험 정보 등의 운전 정보를 직관적으로 표시한다.

◇ 현대차그룹·테슬라와 각각 협업… 스마트 홈 구현 박차

스마트 홈 구현을 위한 협업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현대차그룹과 함께 스마트싱스 플랫폼을 연동해 주거공간과 이동공간의 연결성을 강화한다.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를 스마트싱스 플랫폼에 연동해 추운 아침에 집에서 원격으로 자동차 시동을 켜 히터를 미리 작동시킬 수 있다.

또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커넥티드 카 고객은 차 안에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또는 음성으로 스마트싱스 플랫폼에 연동되는 집안의 기기들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가령 더운 날 미리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 등을 켜 실내환경을 쾌적하게 조성할 수 있는 것이다.

테슬라와도 전기차, 태양광 패널, 가정용 배터리 ‘파워월’ 등과 삼성 스마트싱스를 연동하는 협업을 진행핸다. 스마트싱스의 AI 절약 모드를 사용해 배터리 전력량을 최대한 확보해 정전을 대비하고, 악천후 시 미리 경고를 보내는 테슬라의 ‘스톰 워치’ 알림을 삼성전자 스마트 TV로 받아볼 수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AI 시대에 사용자 보안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히며, 통합적 보안 솔루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10년 전 모바일 보안 플랫폼으로 탄생한 삼성 녹스를 기반으로 보안 서비스가 더 정교해졌다고 소개했다. 삼성 녹스 매트릭스는 올해 중 삼성전자 TV와 패밀리 허브 냉장고까지 확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