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4의 슬로건 '올 온(ALL ON)'./CTA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오는 9일(현지시각)부터 12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올해 CES의 주제는 ‘올 온(ALL ON)’으로, 전 세계 기술이 CES에 모두 모인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모든 산업 분야에 침투한 인공지능(AI)이 핵심 화두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올해 처음 혁신상에 ‘AI’ 부문을 신설했고, 각 분야에선 AI를 기반으로 한 제품들이 혁신상을 휩쓸었다.

올해 CES에는 중국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대거 참가한다. 전체 참가 기업 4124곳 중 중국 기업이 1104곳에 달한다. 미국 기업이 1148곳으로 가장 많고, 한국 기업은 772곳이 참가해 세번째로 큰 규모다. 올해 참관객은 지난해(11만5000명)를 넘어서 13만명 이상이 될 전망이다. 전시 공간도 22만2000㎡으로 작년보다 10% 늘어났다. CTA 측은 “AI가 CES의 중심이 된 가운데 이번 전시의 60~70%는 소비자 지향 기술에 초점이 맞춰지고, 나머지 30~40%가 B2B(기업 간 거래) 분야에 해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 로레알, 뷰티 산업 대표로 첫 기조연설… 인텔·퀄컴은 온디바이스 칩 강조

이번 전시회의 큰 흐름을 볼 수 있는 기조연설에서는 그간 AI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던 기업들이 출동해 AI 전략을 소개한다. CES 사상 첫 뷰티 산업 기조연설자로 니콜라 이에로니무스 로레알 최고경영자(CEO)가 무대에 오른다. 그는 AI를 활용한 로레알의 뷰티 테크 전략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월마트, 베스트바이 등 유통기업을 비롯해 나스닥, 지멘스, 엘레반스 등 글로벌 기업 연사들이 기조연설자로 참여한다. 국내 기업에선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무대에 선다.

반도체 업계에선 팻 겔싱어 인텔 CEO와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가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인텔과 퀄컴은 ‘온디바이스 칩’을 강조할 전망이다. 겔싱어는 ‘모든 곳에 있는 AI(AI Everywhere)’를 주제로, AI 반도체 칩의 중요성과 인텔의 전략을 공유한다. 인텔은 지난달 AI 연산에 특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가 내장된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레노버, HP, 델, 에이수스 등 글로벌 PC 업체는 온디바이스 칩을 탑재한 AI PC를 전시한다. 인터넷에 연결하지 않아도 기기 자체에서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이다.

AI 반도체 선두주자 엔비디아도 이번 전시에서 생성형 AI를 포함한 AI 분야 최신 기술을 공개할 예정이다. AMD도 리사 수 CEO가 등판해 ‘AI와 함께 전진(together we advance_AI)’을 주제로 PC에서 보는 AI 미래에 관해 발표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AI 반도체를 앞세워 데모 룸을 꾸릴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AI 비전을 공식적으로 소개한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고대역폭 메모리) ‘HBM3E’에 기반한 생성형 AI 기술로 ‘AI 포춘텔러(점쟁이)’를 전시관에서 선보인다.

그래픽=손민균

◇ 미래 모빌리티 大戰… 구글·MS·아마존도 가세

AI와 함께 모빌리티도 이번 CES의 핵심 분야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을 비롯해 300개 이상의 전자·IT 기업들이 미래 모빌리티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이다. 게리 샤피로 CTA 회장은 “이제 CES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모터쇼가 됐다”며 “4만6000㎡의 공간이 모빌리티 전시에 할애돼 이들이 전시하는 웨스트홀은 매우 붐빌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을 미래 먹거리로 내세우는 LG전자는 차세대 모빌리티 콘셉트인 ‘알파블’을 실물로 구현한 콘셉트카를 공개한다. 작년 CES에서 혼다와 합작한 첫 전기차(EV) 콘셉트카 ‘아필라’를 선보인 소니는 올해도 소니혼다모빌리티가 무대에 등장한다고 예고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도 미래 모빌리티 경쟁에 가세한다. 구글은 음성만으로 자동차를 제어하고 구동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오토’를 실물 차량에 탑재해 전시한다. MS는 모빌리티 부스를 차리고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 지원 역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마존도 모빌리티 서비스 전용 전시관에서 자율주행에 사용되는 AI 기술을 소개한다.

2년 만에 CES에 참여하는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와 수소 사업 비전 및 전략을 공개한다. 5년 만에 CES에 등장하는 기아는 다양한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콘셉트카를 처음으로 소개한다. 현대차그룹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독립법인 슈퍼널은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UAM 기체의 디자인을 공개하고, 실물 크기의 기체를 전시할 예정이다.

슈퍼널이 CES 2024에서 공개할 예정인 신형 UAM 기체 디자인 일부. /현대차·기아 제공

◇ 헬스케어·뷰티테크 분야서도 AI 기술 주목

헬스케어와 뷰티테크에 적용된 AI 기술의 진화도 관전 포인트다. 로레알은 이번 전시에서 AI를 활용한 피부 관리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일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은 LG 초거대 AI ‘엑사원’이 만든 도안을 활용해 옷이나 신체에 문신을 해주는 휴대용 무선 프린터 ‘임프린투’를 공개한다.

미국 스타트업 님블뷰티의 'AI 스마트 네일 살롱'. 고해상도 마이크로 카메라로 손톱을 스캔하고 5개 축의 로봇 팔이 매니큐어를 바른다./님블뷰티

미국 스타트업 님블뷰티는 네일(손톱) 페인팅에 AI와 로봇 공학을 접목한 스마트 네일 살롱 기기를 전시한다.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AI 스마트벨트(가이디), AI 유모차(글룩스킨드), AI 플랫폼 기반 스마트 안전 헬멧(프록스기) 등도 이번 전시에 소개된다. 이들 제품은 모두 혁신상을 받았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이 분야에서 AI를 접목한 제품을 대거 전시한다. 혁신상을 받은 루아랩은 AI 기반 수면 무호흡증 진단 기기를 공개하고, 최고혁신상을 받은 텐마인즈의 코골이 완화 베개와 만드로의 로봇 손가락 의수 등도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