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인텔 등이 대규모 패키징 설비투자에 나선 가운데, TSMC가 7번째 패키징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반도체 후공정 기업인 앰코(Amkor) 등도 설비투자에 나서 후공정 장비를 공급하는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인텔의 파운드리 서비스(IFS) 분할에 대비해 7번째 패키징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반도체 패키징 전문업체 앰코도 애리조나주에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가량을 투입해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패키징 시장 규모 확대에 패키징 장비 시장 규모도 연 평균 10% 성장, 오는 2028년에는 610억달러(약 79조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패키징은 웨이퍼 형태로 생산된 반도체를 자르고 전기배선 등을 연결해 전자기기에 탑재할 수 있는 형태로 조립(패키징)하는 작업을 뜻한다.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 이후 진행되는 후공정 단계에 포함된다. 파운드리 업계가 1㎚(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단위) 경쟁에 뛰어들며 반도체 미세화가 한계에 이르자 작은 반도체 안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는 패키징 기술이 반도체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패키징 관련 설비 투자를 늘리자 이오테크닉스와 인텍플럭스, 프로텍 등 패키징 공정에 투입되는 장비를 보유한 국내 기업들의 장비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오테크닉스는 패키징 과정에 투입되는 레이저 공정 장비를 생산한다. 이오테크닉스는 현재 일본 장비사 디스코(Disco)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그루빙 장비와 스텔스 다이싱 장비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루빙 기술은 웨이퍼를 칩 단위로 자르기 전 웨이퍼의 일부분을 레이저로 제거해 블레이드나 레이저 다이서(Dicer)가 통과할 수 있도록 홈을 파는 것을 의미한다. 다이싱은 전체 웨이퍼를 반도체 칩 단위로 잘라내는 작업이다.
현재 이오테크닉스의 그루빙 장비는 파운드리 고객사에 공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텔스 다이싱 장비는 고객사 제품 테스트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 이르면 올해 하반기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주영 KB증권 연구원은 “기존 제품 매출 성장뿐만 아니라 레이저 커팅 장비 국산화에 따른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167%가량 증가한 921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후공정 외관검사 장비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인텍플러스의 추가 수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인텍플러스는 최근 삼성전자의 어드밴스드 패키징 검사 장비를 수주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가 2.5D 패키징 라인을 증설하고 있어 인텍플러스의 장비를 추가로 구매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차용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양산될 삼성전자의 2.5D 패키징(I-Cube) 라인 증설에 따라 추가 수주를 예상한다”며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63%가량 늘어난 27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영업이익은 19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텍은 초정밀 반도체 패키지용 레이저 본딩 장비를 미국 앰코와 공동 개발했다. 업계에선 LAB(Laser Assisted Bonder)이라고도 부른다. LAB은 레이저로 1~2초가량 칩에 열을 가해 집적회로의 다이(Die)와 기판을 붙이는 역할을 한다. LAB을 통한 레이저 본딩은 짧은 시간에 칩 손상 없이 공정을 진행할 수 있어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다. 임소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로텍에 대해 “레이저 본딩 장비에 대한 수요가 늘어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32% 증가한 187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