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사업장./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현재 60~70% 수준으로 추정되는 D램 가동률을 올해 1분기에 80% 이상으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최대 가동률을 찍었던 지난 2022년 4분기 수준에는 아직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감산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조기 종료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연속 적자에 따른 경영진의 부담과 반도체 시장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16, 17라인과 평택 P2, P3 라인에 10나노급 3세대(1z) D램을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감산폭을 현재 약 30% 수준에서 15% 수준으로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생산능력을 조절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비즈가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최신 전망 자료를 분석한 결과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옴디아는 삼성전자의 월 평균 D램 웨이퍼 투입량이 지난해 4분기 47만장 수준에서 올해 1분기에는 51만장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며, 하반기에는 메모리 반도체 침체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70만장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경쟁사인 SK하이닉스, 마이크론도 공급량을 정상화하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최대 D램 생산 거점인 중국 우시 공장 가동률을 지난 연말쯤 75~80% 수준으로 높였으며, 미국 마이크론도 4분기 D램 웨이퍼 투입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내내 고강도 감산으로 재고 줄이기에 안간힘을 써왔던 D램 3강이 정상화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다시 공급 규모를 늘리는 배경에는 예상보다 빠르게 D램 시장을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특히 D램의 경우 내년 초부터 공급 부족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재고조정을 마친 스마트폰, PC 업체들이 다시 D램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추가적인 D램 판매가격 인상 이전에 서둘러 판매량 확대에 집중했다는 점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 선택”이라며 “D램의 경우 우호적으로 변한 시장 상황에 따라 4개 분기 만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으로 보이지만, 낸드플래시의 경우 여전히 고전하며 영업손실률이 32%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오는 9일 발표할 2023년 4분기 잠정 실적에서 지난 2022년 4분기(4조3100억원) 이후 4분기 만에 영업이익 3조원에 복귀할 것으로 관측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추산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9조8323억원, 3조6019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2조4300억원)와 비교해 48.2%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