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전 프로를 무선 충전 중인 모습./애플 제공

애플이 오는 27일(현지시각) 미국에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 판매를 시작할 전망이다. 지난해 6월 애플이 공개한 비전 프로는 2014년 애플워치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애플의 새로운 디바이스로 관심이 높다. 애플은 올해 1분기 비전 프로 출시를 목표로 했지만 예상보다 큰 관심에 1월 마지막째 주로 출시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중국 월스트리트 인사이트와 샘모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27일 비전 프로를 미국 시장에 먼저 출시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 인사이트는 “전 세계 기술 사용자와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애플 비전 프로가 오는 27일 미국에 출시될 예정이다”라며 “일본 소니가 1세대 비전 프로 최대 디스플레이 공급 업체이고, 중국 업체가 두 번째 공급 업체다”라고 했다.

애플 비전 프로는 머리에 쓰면 현실과 가상세계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MR 헤드셋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6월 열린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맥이 개인용 컴퓨팅 시장을 열었고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을 개척한 것처럼 비전 프로는 공간 컴퓨팅 시대를 견인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비전 프로가 기존 PC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혁신적인 입력 시스템과 수천 가지의 획기적인 혁신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을 확신한 것이다.

애플은 비전 프로를 위해 맥OS, iOS의 장점을 더한 ‘비전OS’를 별도로 개발했다. 12개의 카메라와 5개의 센서, 6개의 마이크를 탑재해 눈동자와 손동작, 목소리로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 카메라와 센서, 마이크가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또 사용자의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적용했다. 마이크로 OLED는 기존 유리 기판 대신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에 OLED 소자를 증착했다. 실리콘을 기판으로 사용한다는 이유로 OLEDoS(OLED on Silicon·올레도스)라고도 불린다. 현재 일본 소니와 중국 BOE 등이 마이크로 OLED를 소량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6월 출원한 XR 기기 관련 특허. /키프리스 제공

애플 비전 프로에 대해 외신들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3499달러(약 456만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지만, 아이폰이 모바일 경험을 바꾼 것처럼 비전 프로가 새로운 컴퓨팅 디바이스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는 기대다. 샘모바일은 “비전 프로의 실제 출시 일정은 변경될 가능성도 있지만 확실한 건 비전 프로에 대한 IT업계의 기대감은 충분히 커지고 있다”라고 했다. 기즈모차이나는 “비전 프로가 긍정적인 사용자 반응을 이끌어 내면서 IT 시장을 이끌 차세대 스타 제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했다.

애플 비전 프로가 출시될 경우 MR 헤드셋을 포함한 확장현실(XR) 기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XR 기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도 고조될 수 있다. 애플 비전 프로와 직접 경쟁할 상대로는 삼성전자가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구글, 퀄컴과 협력해 새로운 XR 기기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다만 구체적인 출시 일정 등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2019년 가상현실(VR) 기기가 큰 기대를 얻고 등장했지만 불편한 사용성과 부족한 콘텐츠로 성공하지 못한 사례가 있는 만큼 애플 비전 프로에 대한 시장 반응을 살펴본 후 새로운 기기를 내놔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XR 기기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기를 넘어 플랫폼과 콘텐츠 등 생태계가 구성돼야 하는데 이는 한 회사의 힘으로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협력을 강조하는 이유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은 지난해 2월 “삼성 모바일과 퀄컴, 구글 등 각 분야 선두 업체가 힘을 합쳐서 제대로 된 (XR 기기) 생태계를 만들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