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HBM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마이크론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빅3′의 투자 보따리가 풀리고 있다. 이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한국 반도체 장비 회사들의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 생산량을 2배 늘리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고, SK하이닉스도 내년 설비투자 규모를 10조원 수준으로 편성했다. 마이크론은 내년에 75억~80억달러(9조7730억~10조4240억원)를 투입해 설비투자에 나선다고 발표하면서 투자액 중 상당수를 5세대 HBM 제품인 HBM3E 설비투자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 유진테크·HPSP “10나노급 5세대(1b) 공정 투자 수혜 전망”

유진테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국내외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저압식화학증착(LP-CVD) 장비를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P-CVD는 가스 화학반응으로 형성된 입자들을 반도체 표면에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절연·전도성 박막을 형성하는 화학기상증착기술 분야의 일종이다. LP-CVD는 저압에서 높은 온도로 박막을 증착한다.

유진테크의 LP-CVD가 주목받는 이유는 최선단 공정인 10나노급 5세대(1b)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HBM3E와 DDR5 모두 최선단 공정이 적용되는데, 유진테크의 LP-CVD 장비가 이에 활용된다. 박주형 KB증권 연구원은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설비투자 방향성은 공정 미세화일 가능성이 높다. 10나노급 5세대(1b) 박막증착 장비를 보유한 유진테크의 수혜가 예상된다”며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522억원으로 올해와 비교할 때 108%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를 공급하는 HPSP도 10나노급 5세대(1b) 공정 설비투자 증가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닐링 장비는 반도체 소자 내 접합부의 결함을 줄여 소자 특성·성능을 높이는 데 사용한다. 류영호 NH투자증권은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는 10나노급 5세대(1b) 수율 개선에 기여하는 장비”라며 “메모리 업체의 선단 공정 투자가 확대되며 수요가 증가해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와 비교할 때 약 40% 늘어난 127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스티아이의 HBM용 리플로우 장비./에스티아이 제공

◇ 테크윙·넥스틴은 HBM용 신제품 개발

지난 8월 HBM 생산에 투입되는 반도체 후공정 장비인 리플로우 장비 수주에 성공한 에스티아이도 공급 물량 확대가 예상된다. 에스티아이가 수주한 리플로우 장비는 반도체 칩 간 연결이 필요한 본딩 공정에 활용된다. 남궁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설비투자로 HBM향 리플로우 장비 매출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리플로우 장비 매출 성장세에 내년도 매출액은 올해와 비교할 때 48%가량 증가한 4622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크윙과 넥스틴은 각각 HBM용 테스트 핸들러와 HBM 검사장비를 개발해 시장 공략에 나선다. 현재 테크윙은 256파라(Parallellism) 테스트 핸들러를 개발해 고객사 요구에 맞춰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을 진행 중이다. 파라는 검사장비가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수량을 뜻한다. 테크윙의 주요 고객은 마이크론으로 올 1~3분기에 마이크론으로부터 발생한 매출액(451억원)이 전채 매출액(820억원)의 55%를 차지했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기업과 개발한 HBM 테스트 핸들러는 내년부터 양산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HBM 공급 증가와 맞물려 고속 핸들러에 대한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넥스틴은 HBM 검사장비 ‘크로키’를 개발했다. 크로키는 HBM의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장비다. 해당 장비는 고객사와의 퀄리티 테스트를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양산돼 공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엄태웅 부국증권 연구원은 “공정 미세화에 따른 검사장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크로키 등 내년도 신규 장비 매출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