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원재료인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극자외선(EUV)의 핵심 부품인 펠리클의 국산화가 지연되고 있다. 펠리클은 EUV 공정에서 포토마스크를 이물질로부터 보호하는 덮개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올해 제품 양산이 진행돼 삼성전자에 납품이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내년 이후에나 국산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EUV 펠리클을 개발하는 에스앤에스텍(101490)과 에프에스티(036810)가 제품화에는 성공했으나, 안정성 확보와 테스트 등의 이유로 삼성전자 등 주요 고객사에 대한 납품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삼성전자는 EUV 펠리클을 일본 미쓰이화학에 전량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V 노광 공정의 수율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포토마스크의 오염을 최대한 방지해야 한다. EUV 장비의 빛이 미러(거울)에 반사돼 웨이퍼에 닿는 과정에서 먼지로 인한 마스크 손상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이를 담당하는 것이 펠리클이다. 반도체 공정의 소형화, 첨단화가 진행되면서 EUV 공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펠리크의 사용 유무가 EUV 공정 생산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 기업 중 대만 TSMC만 유일하게 EUV 펠리클을 자체 개발해 내재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앤에스텍과 에프에스티는 각각 지난 2020년과 2021년 삼성전자의 지분 투자를 받아 펠리클 개발을 진행했다. 올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에스앤에스텍과 에프에스티의 지분은 8%(171만6116주)와 7%(152만2975주)다.
이 같은 투자에 힘입어 두 회사는 EUV 펠리클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대량 양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강영석 삼성전자 펠로우는 부산에서 열린 'KISM2023(국제반도체제조기술학회)′에서 EUV 펠리클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삼성전자가 활용하는 EUV 펠리클의 투과율이 90%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에스앤에스텍과 에프에스티의 제품이 아닌 일본 미쓰이화학에서 펠리클을 공급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고객사의 EUV 가동률이 낮고, 펠리클을 투입했을 때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테스트 기간이 소요돼 기존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기업이 생산한 펠리클이 아닌, 일본 미쓰이화학의 펠리클이 양산 평가 중이지만 공급처 이원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에스앤에스텍 제품이 고객사들이 만족할 성능을 갖춘 것으로 판단돼, 내년 2분기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제품 공급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EUV 펠리클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남정림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기술 경쟁력뿐만 아니라 공급망 다변화 측면에서도 국산화가 절실하다"고 했다.
이병훈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EUV 펠리클은 공정 과정에 핵심적으로 쓰이고, 개당 30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의 소모품이다"며 "기술 자립과 사업성 측면에서 국산 제품 상용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