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아 카카오 신임 대표 내정자./카카오 제공

검찰 수사와 각종 내홍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놓인 카카오가 쇄신을 위해 선택한 수장은 1970년대생 여성 리더인 정신아(48) 카카오벤처스 대표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은 지난 11일 사내 간담회 ‘브라이언톡’에서 경영진 교체 발표를 시사한 후 이틀 만에 인적 쇄신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카카오의 주요 의사결정을 함께해온 인물이 현시점에 리더로 선임된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카카오는 13일 오전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정 대표를 신임 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여성 단독 대표 체제를 맞이하게 된다. 정 내정자는 보스턴컨설팅그룹,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 네이버를 거쳐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 그는 2018년 카카오벤처스 대표에 오른 데 이어 올해 3월부터는 카카오 기타 비상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정 내정자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가 현재 사면초가에 빠진 것은 본사는 물론 주요 계열사 경영진에 김 창업자의 측근이 포진하며 제대로 경영을 못한 영향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또 다시 카카오가 기존 내부 인사를 수장으로 선택한 것은 결국 ‘회전문 인사’”라고 말했다. 그는 “김 창업자의 쇄신 의지를 이제 아무도 못 믿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지난 11일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브라이언(김 창업자의 영어이름)톡’이란 이름의 직원 간담회를 열고 ‘카카오의 변화와 쇄신의 방향성 공유’를 주제로 소통했다./카카오

◇ 김범수 “정신아 대표, 미래 성장동력 확보 인물”

김범수 창업자는 사내 공지문에서 새로운 카카오로 변화를 이끌 리더로 정 내정자를 꼽은 이유에 대해 “시나(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올해 초 카카오 이사회 멤버로 합류해 카카오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9월부터는 그룹 독립기구인 CA협의체 내 사업총괄과 경영쇄신위원회 상임위원을 맡아 핵심사업 중심의 재편 등 쇄신 주요 아젠다에 대해 함께 고민해 왔다”고 했다. 그는 “10여년간 카카오벤처스의 성장을 이끌어온 시나는 커머스·핀테크·인공지능(AI) 등 기술 중심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다양한 섹터의 경험을 축적해 왔다”며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의 내실을 다지면서도 AI 중심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또한 함께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 역시 이날 사내망에 “지난 1년여 동안 크루(직원) 여러분을 많이 힘들게 해드린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라며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시나(정신아 대표)가 잘할 수 있도록 돕고 리더십 교체 과정에서 경영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지난해 7월 공동대표로 취임했다. 하지만 3개월 후인 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로 남궁훈 전 대표가 사임하면서 단독 대표를 유지했다. 홍 대표는 내년 3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다만,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카카오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을 가능성은 있다.

향후 김 창업자는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카카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진에 대한 인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노조인 크루유니언 역시 이날 “이번 카카오 대표교체는 쇄신의 끝이 아닌 시작이 되어야 한다”며 “인적 쇄신을 완료하기 위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을 비롯해 현 경영진에 대한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카카오 노조는 특히 카카오페이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전 대표가 사퇴 후 고문으로 계약한 것을 언급하며 또 다시 회전문 인사가 반복되거나 사퇴한 임원들에 대한 특혜가 발견되는 경우 노사 관계를 비롯해 카카오에 대한 신뢰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했다.

◇ “내부 출신 경영진, 이해관계로 쇄신에 한계”

김 창업자가 쇄신 과정에서 사명까지 바꿀 각오로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이번 대표이사 교체가 아쉽다는 이야기도 많다.

김준익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 위기를 겪은 기업들이 통상 성공적인 인적 쇄신과 혁신을 위해 외부에서 인적자원 조달을 많이 한다”며 “카카오가 내부 인력으로만 반복해 경영진을 구축할 경우 여러 이해관계로 쇄신에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는 위기 상황에서 내부 인력에 외부 인력을 섞으며 조직 내부의 경쟁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이러한 다양성은 조직의 혁신과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카카오가 쇄신하는 데 있어 외부 영입과 내부 인력 고민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김 창업자가 쇄신을 외치고도 논란이 된 기존 문화나 경영 행태에 익숙한 내부 인력을 새 수장으로 선택한 것은 카카오가 가진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을 바탕으로 쇄신과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라며 “정 내정자가 카카오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경영진과 쌓아온 유대감이 쇄신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늘 되새겨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