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11일 오후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브라이언(김 창업자의 영어이름)톡'이란 이름의 직원 간담회를 열고 '카카오의 변화와 쇄신의 방향성 공유'를 주제로 소통했다./카카오

카카오(035720)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11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본사 5층에서 본사 직원들과 '브라이언톡' 간담회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와 수평 문화 등까지 원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 "골목상권까지 탐낸다는 비판에 참담함 느껴"

김 위원장은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카카오를 설립해 크루(직원)들과 함께 카카오톡을 세상에 내놓은 지 14년이 되어 간다"며 "'무료로 서비스하고 돈은 어떻게 버냐'는 이야기를 들었던 우리가 불과 몇 년 사이에 '골목상권까지 탐내며 탐욕스럽게 돈만 벌려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 지금의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장 방정식이라고 생각했던 그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더 이상 카카오와 계열사는 스타트업이 아니고 자산 규모로 재계 서열 15위인 대기업"이라면서 "규모가 커지고 위상이 올라가면 기대와 책임이 따르기 마련인데 그동안 우리는 이해관계자와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를 맞춰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되고자 했으나 지금은 카카오가 좋은 기업인지조차 의심받고 있다"며 "우리가 만들려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가 커지고, 카카오의 세상을 바꾸려는 도전은 누군가에게는 위협이자 공포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를 향한 기대치와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삐그덕대는 조짐을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해 창업자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11일 오후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브라이언(김 창업자의 영어이름)톡'이란 이름의 직원 간담회를 열고 '카카오의 변화와 쇄신의 방향성 공유'를 주제로 소통했다./카카오

김 위원장은 카카오의 대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이제 카카오는 근본적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며 "새로운 배를 건조하는 마음가짐으로 과거 10년의 관성을 버리고 원점부터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열사마다 성장 속도가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인 자율경영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투자와 스톡옵션과 전적인 위임을 통해 계열사의 성장을 이끌어냈던 방식에도 이별을 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선, 확장 중심의 경영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현재 시점의 시장 우위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화 가능할지의 관점으로 모든 사업을 검토하고 숫자적 확장보다 부족한 내실을 다지고 사회의 신뢰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찾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룹 내 거버넌스 역시 개편하겠다.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위원장은 카카오의 상징이었던 영어 이름 사용 등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카카오의 기업 문화 역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과거에 말씀드린 적 있듯이 '문화가 일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기에, 현재와 미래에 걸맞은 우리만의 문화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고,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지난한 과정이 될 수 있지만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 여정에 카카오와 계열사 크루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모바일 시대에 사랑받았던 카카오가 인공지능(AI) 시대에도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덧붙였다.

◇ 2년 10개월 만에 직원들 앞에 선 김범수

김 위원장이 직원들과 간담회를 개최한 것은 카카오 창사 10주년 행사가 열렸던 지난 2021년 2월이 마지막이다.

그는 지난해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면서 회사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현재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지면서 다시 경영 활동에 나선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지난달 주요 경영진들이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검찰은 김 위원장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카카오모빌리티 독과점 문제 비판 등 각종 대내외 악재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회의 중 욕설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개인 소셜미디어에 편중된 보상 체계, 과도한 골프, 직원 간 복지 격차, 데이터센터 건립업체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 등을 폭로하는 글을 올리며 내홍을 겪었다.

결국 김 위원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고 직원들과 소통을 통해 쇄신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는 지난달 20여명의 카카오 및 카카오 계열사 경영진이 참석하는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 매주 월요일 주요 경영진들이 모이는 비상 경영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있다. 또 외부 독립 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를 출범시켜 독립성 보장을 약속했다.

한편 이날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간담회가 본사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열리는 것을 두고 여전히 다수 직원들의 의견이 소외돼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카카오 계열사 직원들은 약 1만7000명으로 본사 직원(4000여명)의 4배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