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오는 19일 열리는 반도체(DS) 부문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전략을 대대적으로 재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년부터 본격화될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독주를 막기 위해 관련 연구개발 조직 강화를 비롯해 신제품 개발 주기를 단축하기 위한 추가적인 대책도 논의될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4일부터 순차적으로 사업부문장과 해외법인장, 주요 임원 등이 참석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디바이스 경험(DX) 전사와 모바일(MX) 부문을 시작으로 15일에는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사업부, 19일에 반도체(DS)부문이 회의를 진행한다. DX 부문은 200여 명, DS 부문은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회의는 국내외 주요 경영진이 모여 사업 목표와 전략을 점검하는 자리로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린다. 한종희 DX부문장 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 사장이 각 회의를 주재하며,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으로 새롭게 보임된 임원진도 온·오프라인으로 회의에 참여한다.
특히 올해 전 세계적인 수요 침체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DS부문은 내년 실적 개선을 위한 해법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적 개선의 열쇠는 AI, 그중에서도 HBM 시장 전략이 핵심이다. 생성형 AI와 같은 첨단 인프라에 필수재로 꼽히는 HBM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입장에서 이익률이 매우 높은 고부가가치 품목인 데다 현재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반영하듯 전일 SK하이닉스는 조직개편을 통해 HBM 시장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한다는 목표로 'AI 인프라' 조직을 신설해 부문별로 흩어져 있던 HBM 관련 역량과 기능을 결집한 'HBM 비즈니스' 조직에 집결시켰다. AI 인프라 담당에는 GSM 김주선 담당이 사장으로 승진해 선임됐다.
삼성전자 역시 HBM에 초점을 맞춰 조직개편을 진행한 SK하이닉스에 보조를 맞춰 추가적인 조직 재정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현재도 HBM 전담팀이 존재하지만, D램 공정개발부터 소프트웨어 등 HBM 개발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흩어져 있는 조직을 하나로 통합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 극심한 수요 부족에서 내년에는 오히려 HBM을 비롯해 서버용 고사양 D램 등에서는 공급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그 어느 때보다도 탄력적이고 유동적인 시황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내년 중 SK하이닉스를 넘어 HBM 시장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정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2분기 기준 HBM 생산능력은 2만5000개, SK하이닉스는 3만5000개 수준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월 HBM 캐파가 내년 4분기 15만~17만장으로 확대돼 이 기간 SK하이닉스(12만~14만장)를 앞설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각각 47~49% 수준으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DX부문은 가전과 TV 등 세트 제품 수요 둔화 장기화로 인한 수익성 제고를 위해 글로벌 시장에 대한 마케팅 및 프리미엄 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글로벌 가전, TV, 스마트폰 제품 출하량은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DX부문은 가전과 TV 등 세트 제품 수요 둔화 장기화로 인한 수익성 제고를 위해 글로벌 시장에 대한 마케팅 및 프리미엄 전략을 구체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