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측근이자 SK그룹 내 실권자로 SK텔레콤, SK하이닉스 경영 전반을 이끌어왔던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7일 SK하이닉스는 곽노정 대표이사 원톱 체제로 전환한 가운데 ‘인공지능(AI) 메모리 세계 1위’를 외치며 엔지니어 조직 중심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박 부회장은 1980년대 선경 시절부터 SK에 몸 담아온 인물로 SK그룹을 비롯해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SK C&C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지낸 SK그룹의 핵심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그는 2021년 SK하이닉스 대표이사에 오른 후 SK그룹, SK텔레콤 시절 같이 호흡을 맞춘 인물들을 대거 SK하이닉스에 투입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결단으로 SK하이닉스가 경영 측면에서 독립성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다수의 최고경영자(CEO)가 회사를 이끌었지만, 반도체 업황의 특수성을 감안한 독립성 측면에서는 CEO의 권한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D램, 낸드플래시 등 기존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SK하이닉스 출신 CEO가 담당하되, 대형 인수합병(M&A)건이나 투자와 관련해서는 박정호 부회장을 비롯한 SK그룹 수뇌부의 결제를 받으며 경영을 해왔기 때문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는 박 부회장의 퇴진과 함께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조직을 신설하고 해당 조직 산하에 흩어져 있던 고대역폭메모리(HBM) 비즈니스 조직을 하나로 통합했다. 또 AI 인프라 조직 산하에 ‘AI&Next’ 조직을 신설해 차세대 HBM 등 AI 시대 기술 발전에 따라 파생되는 새로운 시장을 발굴, 개척하는 패스파인딩(Pathfinding) 업무를 맡겼다.

낸드와 솔루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N-S 커미티(Committee)’도 신설했다. 낸드, 솔루션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될 이 조직은 제품 및 관련 프로젝트의 수익성과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미래 선행기술과 기존 양산기술 조직 간 유기적인 협업을 주도하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CEO 직속으로 ‘기반기술센터’를 신설하기로 했다. 글로벌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기존 ‘글로벌 오퍼레이션(Global Operation) TF’와 함께 관련 조직과 인력을 ‘글로벌 성장추진’ 산하로 재편한다.

SK하이닉스는 1983년생 이동훈 담당을 승진 보임하는 등 신규임원 18명을 선임했다. 미래 성장기반이 될 젊고 유능한 기술 인재를 육성한다는 기조를 이어 갔다. 특히, 회사는 신임 연구위원에 여성 최초로 오해순 연구위원을 발탁하는 등 조직문화에 다양성과 역동성도 불어넣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소재개발 관련 최고 수준의 전문가인 길덕신 연구위원을 수석 연구위원으로 승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