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이동통신 시장 ‘번호 이동’ 건수가 4년 만에 최고치 기록했다. 아이폰15 자급제(가전매장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통신 개통이 안 된 휴대폰)로 알뜰폰에 가입하는 MZ세대가 늘면서 전체 번호 이동 건수의 절반 이상을 견인했다. 반면 통신 3사의 번호 이동 건수는 제자리걸음을 보였다.
4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번호 이동 건수는 52만722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6만3507건)대비 45% 늘어난 수치다. 2019년 11월(56만5866건)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최고치인 지난 5월(52만6909건)도 넘어섰다.
지난달 번호 이동 건수가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지난 10월 출시된 애플 아이폰15 출시 효과가 있다. 아이폰은 통신사향 대신 자급제 단말 구입 경향이 큰 데,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아이폰+자급제+알뜰폰’ 조합을 선택하면서 번호 이동을 이끌었다.
◇ 알뜰폰 번호 이동 1년 새 30% 늘어… 통신 3사는 제자리걸음
지난달 알뜰폰 번호 이동 건수는 23만932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6% 늘었다. 이는 지난달 전체 번호 이동 건수의 55%에 해당한다. 통상 전체 번호 이동 내 알뜰폰 비중이 평균 30~40% 수준인 걸 감안할 때 큰 비중이다. 특히 알뜰폰 번호 이동 건수는 ‘0원 요금제’ 경쟁이 펼쳐진 지난 5월(29만1766건)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지난달 통신 3사의 번호 이동 건수는 23만9322건으로 지난해 11월과 비교해서는 30.6% 늘었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1% 줄었다. 특히 올 10월과 비교해서는 10.3% 감소했다.
통신 업계는 이번 달에는 번호 이동이 다소 정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이폰15 출시 효과가 사라진 상황에서 삼성 갤럭시S시리즈 신제품(S24)이 내년 초에나 출시될 예정이라 대기 수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11월은 수능 특수와 연말 효과로 번호 이동 수요가 몰리는 반면 12월은 신제품 대기 수요가 발생하면서 번호 이동이 정체된다”라며 “삼성 갤럭시 신제품 출시가 기존 2월에서 1월로 앞당겨지면서 ‘신제품이 나오면 갈아타자’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더 많아질 것 같다”라고 했다.
번호 이동은 휴대폰 번호는 유지한 채 통신사만 바꾸는 제도를 말한다. 소비자들은 2~3년 단위로 휴대폰을 바꾸면서 현재 이용 중인 통신사보다 유리한 보조금을 제공하는 다른 통신사로 번호를 유지한 채 갈아탈 수 있다. 번호 이동이 통신사 간 경쟁 활성화를 가늠하는 수치로 통용되는 이유다.
전체 번호 이동 건수가 늘었다는 건 정부가 추진 중인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 노력이 효과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통신 3사의 독과점 구조를 개선,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알뜰폰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