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쇼핑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11월 24일)를 맞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글로벌 TV업체들이 대대적인 할인에 돌입하면서 TV 판매 가격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산 LCD(액정표시장치) TV보다 상대적으로 고가에 팔리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도 사상 최저값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TV 구매에 지갑을 쉽게 열지 않자 수요 진작을 위해 업체 간 할인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30일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미국 주요 소매업체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형 TV 절반 이상의 가격이 역대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행사 가운데 최저가로 떨어졌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삼성 QD(퀀텀닷)-OLED TV 55인치와 65인치는 각각 150달러, 200달러 더 저렴해졌다.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이전 3599달러에 팔리던 77인치 QD-OLED는 1999달러까지 가격이 대폭 내려갔다.
LG OLED C 65인치 TV는 미 3대 소매업체인 월마트, 베스트바이, 아마존에서 모두 최저가인 1596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같은 모델이 1649달러에 할인 판매되던 것과 비교해도 53달러 더 저렴한 가격이다. 이 밖에도 77인치 LG OLED B(1796달러)·C(2396달러), 83인치 LG OLED C(3879달러) 모두 사상 최저가로 판매 중이다.
DSCC는 “98인치 삼성 QLED TV를 1만달러 미만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 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가 처음”이라며 “과거에는 각 TV 모델의 최저가가 주요 소매업체 중 한 군데에만 떴으나, 작년부터 세 곳에 모두 동일하게 최저가 제품을 제공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했다.
TV 제조업체들은 소비가 몰리는 4분기에 마진을 줄이더라도 판매 물량을 늘리는 쪽에 중점을 둔다. 이에 연간 TV 판매량의 40%가 4분기에 몰린다. 업계 관계자는 “TV 제조 기술이 고도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 가격은 하향 조정되는 추세인 데다 4분기에 마케팅 비용을 가장 많이 투입해 주기상 연말에 할인이 가장 많이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저렴했던 패널값도 TV 할인 폭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LCD TV 패널값은 지난해 9월 역대 최저를 찍은 뒤 서서히 올라 지난 10월 올 들어 정점을 찍긴 했으나, 블랙프라이데이 TV 물량 거래는 분기에 선행해 이뤄진다. 통상 블랙프라이데이 물량은 10월이 되기 전 입고된다. 업계 관계자는 “TV 전체 가격에서 패널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므로 패널값이 내려가면 그만큼 할인율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특히 극심한 TV 수요 부진으로 재고를 털어내기 위한 가격 경쟁이 치열해졌다. 올 9월말 기준 LG전자에서 TV 사업을 담당하는 HE부문의 재고자산은 1조7282억원으로, 작년 말 1조3923억원보다 늘어났다. TV사업 재고 수준을 따로 밝히지 않는 삼성전자의 경우 올 상반기 TV 평균 판매가격이 작년 대비 약 3%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