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사장이 직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KT 제공

KT(030200)가 상무보 이상 임원을 20% 줄이고 준법 경영을 강화하는 2024년 조직 개편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KT의 정기 인사는 2021년 11월 이후 2년 만이다. 구현모 전 KT 대표의 핵심 사업 전략으로 평가받은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을 해체하고, 스탭 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편제했다. KT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법무, 윤리(감사), 경영지원 부서장을 외부 전문가로 영입했다. 김영섭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3개월 만에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KT는 30일 본사를 포함해 50여개 그룹사와 400여명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김 사장은 지난 8월 취임 후 사내 각 부문과 52개 계열사를 순회하고 개별 보고를 받았다.

KT는 CEO 리스크로 2023년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2년간 묵은 인사 교체를 한 번에 해결해야 해 방출 인력이 많았다. 상무보와 상무 등 임원 20%가 이번 인사로 짐을 쌌다. 상무보는 상무와 상무대우 사이 직책이다. KT만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구현모 대표 시절 상무보 승진은 있었지만, 계약 해지가 없어 상무보는 312명으로 늘었다.

KT는 이번 인사에서 상무 이상 임원을 98명에서 80명으로 줄였다. 상무보는 기존 312명에서 264명으로 축소했다. KT 관계자는 "임원들의 퇴임 수순으로 활용된 기존 관행을 폐지하고 전문성과 역량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라고 했다.

◇ '기능 중심' 조직 개편… '디지코 KT' 대신 '디지털 혁신 파트너'로

KT의 이번 조직 개편은 '기능 중심'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역할이 중복되는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을 해체한 게 대표적이다.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은 구 전 대표가 '디지코 KT' 전략을 위해 키우던 조직이다.

KT는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고객의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드는 디지털 혁신 파트너'라는 비전을 설정했다. 2020년 구 전 대표 시절부터 써온 '디지코 KT' 비전을 디지털 혁신 파트너로 대체한 것이다.

스탭 조직인 CSO(최고전략책임자), CFO(최고재무책임자), CHO(최고인사책임자) 등은 CEO 직속으로 편제했다. 경영지원 기능을 체계적으로 조직화하는 조치다. CSO에는 커스터머 전략부서를 리딩하고 있는 박효일 전무를 보임했다. CFO에는 그룹 내 재무 분야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겸비한 장민 전무를 앉혔다. CHO에는 인사와 기업문화, 커뮤니케이션 전략 부서를 두루 거친 고충림 전무를 확정했다.

◇ 외부 전문가 영입 실용주의 택해… KT 내부 반응 긍정적

KT는 이번 인사에서 외부 전문가를 적극 영입했다. 김 사장 스스로가 외부 인사인 만큼 '잘하는 사람이면 어떤 출신이든 상관 없다'는 실용주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설한 기술혁신부문장(CTO)으로 오승필 부사장을 영입했다. 오 부사장은 IT·AI 거버넌스 체계 수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기술혁신부문 산하 KT컨설팅그룹장에는 정우진 전무를 영입했다. 정 전무는 삼성SDS,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 등을 거친 디지털 클라우드 기술 컨설팅 전문가다. 클라우드, AI, IT분야의 기술 컨설팅 조직을 이끈다. 경영지원부문장으로는 신문방송학과 교수 경력 및 미디어 분야 전문성을 보유한 임현규 부사장이 발탁됐다. 임 부사장은 대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KT의 경영지원 고도화,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에 나선다. 법무실장으로는 검사 출신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인 이용복 부사장을 데려왔다. 이 부사장은 사법연수원 18기로 1992년부터 2008년까지 16년을 검사로 일했다. KT의 법적 이슈에 대응한다.

이번 인사에 대해 KT 내부 반응은 긍정적이다. KT새노조는 이날 논평을 통해 "구 전 대표 당시 범죄와 부실 경영의 책임이 있는 전무급 이상 임원에 대한 대폭 물갈이에 환영한다"라고 했다. 다만 "광역본부 유지, 상무보 직급 유지 등에 대해서는 변화가 없어 아쉬운 부분도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