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e스포츠 팬들이 한국과 중국 팀의 '2023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을 응원하고 있다./뉴스1

내달 열리는 제3회 ‘한중일 e스포츠 대회’를 앞두고 3국의 e스포츠 산업 현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이지만 최근 성장세가 주춤한 반면,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e스포츠 산업을 키우면서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일본 역시 빠른 속도로 한국과 중국을 추격하는 상황이다. 지난 9월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e스포츠가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2026년 열리는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한·중·일의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 롤드컵 우승 독식에도… 韓, e스포츠 시장 규모 감소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중일 e스포츠 대회는 다음 달 15일~17일 전남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한중일 e스포츠 대회는 지난 2021년 첫 시작됐는데, 최초의 정부 주도 e스포츠 대회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올해 공식 종목은 3국 간의 협의를 통해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에이펙스 레전드 ▲이풋볼 4개로 선정됐다. 국가대표 선수단은 추후 공개된다. 해당 대회는 한중일 3국의 우호를 다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e스포츠 주도권을 갖기 위한 목적으로 열리고 있다. 1회 중국, 2회 일본이 우승하면서 정작 e스포츠 종주국이라 불리는 한국은 우승하지 못했다.

그동안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으로써 여러가지 기념비적인 업적을 세웠다. 세계 최초로 프로게이머 시합의 방송 중계를 했고, 프로팀 간의 단일종목 정규 리그를 세계 최초로 운영했다. 한국 e스포츠의 시작은 1998년 블리자드가 출시한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스타크래프트는 비교적 낮은 컴퓨터 사양에서도 즐길 수 있어 2000년대 인터넷 붐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2000년에는 정부가 한국 e스포츠협회(KeSPA)를 설립했고 프로리그 출범과 룰 제정을 추진하며 e스포츠 산업 성장에 속도가 붙었다. 2008년에는 국제e스포츠연맹(IeSF) 창설도 주도했는데 현재 본부는 부산에 있다. 이 같은 노력 덕에 한국은 e스포츠 강국으로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2011년 라이엇게임즈에서 출시한 ‘리그오브레전드(LoL)’가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지금까지 개최된 13번의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서 한국 리그(LCK) 소속팀은 여덟 차례 우승했다.

하지만 한국의 e스포츠 시장의 규모는 최근 들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1년 한국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12.9% 감소한 약 1048억원 수준이다. 대회 운영을 통한 수익까지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e스포츠 발전에 있어 발목을 잡고 있다. 2021년 게임사 등이 방송·대회 개최 및 인프라 구축, 선수·게임단 운영 등에 투자한 금액은 839억원에 달하지만 수익은 투자금액의 39%인 329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9월 중국 항저우 e스포츠 주경기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경기 리그오브레전드(LoL) 종목 한국과 대만의 결승전에서 쵸비(정지훈)를 비롯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뉴스1

◇ 中, 팬덤 형성하며 무섭게 성장… 日, e스포츠 전략적 육성

중국과 일본은 무서운 속도로 e스포츠 산업을 키우고 있다. 중국 e스포츠 시장은 단일 시장으로는 글로벌에서 가장 큰 규모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1년 중국의 e스포츠 시장 규모는 1673억위안(30조5000억원)인데, 오는 2024년까지 해마다 약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186억위안(39조91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대표 게임 기업인 텐센트를 필두로 e스포츠 시장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중국 e스포츠 산업은 또 한 번 성장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정식종목에 포함된 7개 게임 중 4개 게임의 제작 또는 배포가 텐센트와 관련돼 있다. 텐센트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항저우에 e스포츠 호텔을 개발해 팬들이 게임을 즐기면서 경기를 가까이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호텔은 올해 90%가 넘는 투숙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트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e스포츠 산업의 산업 밸류체인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있다. e스포츠 산업 가치사슬의 상류는 주로 게임 개발 및 운영 등을 포함한 e스포츠 게임 산업이며 대표 기업은 텐센트, 넷이즈 등이 있다”라고 했다.

일본 e스포츠 산업은 걸음마 단계에서 벗어나 한국, 중국을 뒤쫓고 있다. 일본에서는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강하지만 2018년 ‘e스포츠 원년’을 선포한 뒤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일본 e스포츠 백서 2022′에 따르면 2021년 일본 e스포츠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15.5% 증가한 78.4억엔(740억원) 규모로 오프라인 행사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연 평균 20% 이상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2025년에는 약 180억엔(1709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북아시아는 물론이고 북미, 유럽 등도 e스포츠에 투자를 집중하는 상황”이라며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경쟁력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아마추어·프로 모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