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비 부담 완화 후속 조치로 단말기 구분 없이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이용약관(SK텔레콤) 개정을 발표했다. 그동안은 5G(5세대 이동통신)폰은 5G 요금제, LTE(4세대 이동통신)폰은 LTE 요금제만 가입할 수 있었는데 이용약관을 개정해 LTE와 5G 구분 없이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통신 업계는 이번 이용약관 개정으로 일부 통신비 완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5G 대비 2배 비싼 LTE 요금제의 1GB당 단가를 그대로 둔 상황에서는 통신비 부담 완화에 한계가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전체 무선 통신 가입자의 60%가 쓰는 LTE 요금 단가를 낮춰야 통신비 부담을 확실하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24일 통신 3사가 판매 중인 LTE·5G 다이렉트(소비자가 인터넷으로 직접 가입하는 상품·완전 무제한 제외) 요금제 28개(LTE 11개+5G 17개)를 비교한 결과 데이터 1GB당 단가는 LTE가 1090원으로 5G(570원) 대비 2배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SK텔레콤의 다이렉트 LTE 요금제 4개의 1GB당 단가는 1270원이다. 반면 5G 요금제 5개 평균 단가는 540원으로 절반도 되지 않았다. KT의 다이렉트 LTE 요금제 4개 단가는 1360원으로 통신 3사 중 가장 높았다. KT 5G 요금제 6개의 평균 단가는 590원으로 LTE의 40% 수준에 불과했다. LG유플러스는 통신 3사 중 LTE와 5G 요금제 단가 차이가 가장 적었다. 다이렉트 LTE 요금제 3개의 1GB당 단가는 650원으로, 5G 요금제 6개(590원)와의 차이는 1.1배 수준을 보였다.

◇ 1GB당 단가 5G 대비 LTE 최대 25배 비싸

LTE·5G 요금제는 데이터 제공량이 사실상 무제한인 100GB 이상으로 비교하면 단가 차이가 크지 않았다. 100GB 요금제는 LTE 요금제 가운데 가장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최고가 요금제로, 기본적으로 요금 할인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다이렉트LTE 48(월 4만8000원·100GB) 요금제의 1GB당 단가는 480원으로, 같은 가격의 다이렉트5G 48 요금제(월 4만8000원·110GB) 1GB당 단가 440원 대비 1.1배 비쌌다. KT의 LTE 다이렉트 45 요금제(월 4만5000원·100GB)의 단가 역시 450원으로, 5G 다이렉트 49(월 4만9000원·120GB) 단가 410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오히려 LTE 1GB당 단가가 더 저렴한 모습을 보였다. 매일 5GB를 주는 LTE 다이렉트 45(월 4만5000원·30일 기준 150GB)와 5G 다이렉트 47.5 요금제(월 4만7500원·95GB)를 비교하면 LTE 단가는 300원으로 500원 하는 5G 요금제보다 40% 낮았다.

그래픽=손민균

반면 나머지 100GB 이하 LTE·5G 요금제는 LTE의 1GB당 단가가 훨씬 높았다. SK텔레콤의 다이렉트LTE 35(월 3만5000원·5GB) 요금제의 1GB당 단가는 7000원으로, 비슷한 가격대의 다이렉트5G 38 요금제(월 3만8000원·11GB) 단가(3450원)의 2배에 달했다. KT의 LTE 베이직 플러스(월 4만4000원·3GB)의 1GB당 단가는 무려 1만4700원이다. 반면 5G 다이렉트 46(월 4만6000원·80GB) 단가는 575원으로 25배 차이가 났다. LG유플러스의 LTE 다이렉트 34.5(월 3만4500원·5GB)의 1GB당 단가는 6900원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5G 다이렉트 34(월 3만4000원·8GB) 단가 4250원 대비 1.6배 높았다.

월 이용료가 가장 저렴한 LTE·5G 요금제의 1GB당 단가를 비교할 경우 단가 차이는 SK텔레콤 2.9배, KT 5.5배, LG유플러스 2.9배로 더 벌어졌다. 통신 3사의 가장 저렴한 5G 다이렉트 요금제는 모두 동일하게 월 3만4000원에 8GB 데이터를 준다. 1GB당 단가는 4250원으로 같다는 의미다. 반면 LTE 요금제는 SK텔레콤 1만2200원(다이렉트LTE 22·1.8GB), KT 2만3750원(LTE 베이직·1.4GB), LG유플러스 1만2200원(LTE 다이렉트 22·1.8GB)으로 단가가 전부 달랐다. 2.9배에서 5.5배까지 단가 차이가 컸다는 의미다.

◇ 통신사 “사용량 많은 5G에 데이터 더 준 것”… 시민단체 “LTE 중간요금제 필요”

통신사들은 LTE 단가가 비싼 게 아닌 5G 요금제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5G 가입자가 LTE 가입자 대비 매월 4배 많은 데이터를 쓰기 때문에 데이터를 더 제공한 것이지 LTE 요금제의 1GB당 단가가 더 비싼 게 아니다”라며 “데이터 사용량에 맞춰 요금제를 설계한 것으로, 1GB당 단가를 맞추기 위해 5G 요금을 올리거나 데이터를 덜 줄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LTE 중간요금제를 도입하고 요금제 최저 구간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여전히 데이터 제공량 10GB 이하 또는 100GB 이상 LTE 요금제만 내놓고 있다. KT의 경우 30GB 데이터 LTE 요금제(LTE슬림플러스)를 판매 중이지만 월 6만1000원으로 100GB 데이터 LTE 요금제(다이렉트LTE 48·월 4만8000원)보다 오히려 비싸다.

김주형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은 “LTE는 이미 상용화 10년이 넘어 기지국 투자비나 개발비 등이 들지 않아 요금을 더 낮출 수 있지만, 정부의 무관심에 통신사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라며 “정부가 많은 국민이 쓰는 LTE 요금제 가격 낮추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LTE는 오래전에 투자가 끝났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어 최저 구간 하향, 반값요금제 도입이 꼭 필요하다”라며 “데이터 사용량에 따른 LTE 중간요금제 도입도 병행돼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