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5세대 이동통신(5G) 가입자 수가 제자리걸음 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서비스의 질과 가격을 고려할 때 아직 4세대 이동통신(LTE)을 이용하는 가입자들이 5G로 갈아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5G 가입자 수는 3179만5052명으로 8월 말 대비 0.91% 증가하는데 그쳤다. 월별 5G 가입자 증가율이 1%를 밑돈 것은 2019년 4월 5G 상용화 이후 처음이다.

3월 이후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던 5G 가입자 증가세는 8월까지는 1%대 초중반을 유지했으나, 9월에는 통신 3사 모두 1% 미만으로 내려앉았다. SK텔레콤은 1514만6243명으로 8월 말 대비 0.91%, KT는 951만4050명으로 0.85%, LG유플러스는 681만9310명으로 0.94% 증가했다.

알뜰폰(MVNO) 5G 가입자 수도 8월 말보다 2.23% 늘어나는 데 그쳐 8월 증가율(9.96%)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결과 9월에는 5G 가입자 증가율이 LTE 가입자 증가율을 밑도는 기현상도 발생했다. 9월 LTE 가입자 수는 4859만29명으로 8월 말보다 2.90% 증가했다.

LTE 가입자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LTE 통신망을 사용하는 사물 지능통신 회선이 급증한 영향으로 해석되지만, 구세대 통신 가입자 증가 폭이 5G를 추월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는 작지 않다.

통신업계에서는 5G 가입자가 거의 제자리걸음 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고 있다. 서비스 개시 4년 반이 지난 만큼 LTE에서 5G로 갈아탈 고객층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마트폰 신제품이 5G로 출시되는 상황에서 아직 LTE를 고집하는 이용자 수가 적지 않다는 것은 결국 서비스와 가격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우선 5G에서 LTE를 압도할 정도로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5G망에서 구현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확장 현실(XR)이나 메타버스 등의 신기술이 아직 이용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나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기대보다 느린 속도와 비싼 요금 역시 5G의 매력을 떨어뜨린 원인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통신 3사의 5G 요금제 하한선은 4만원대 중후반이고, 30GB 이후 소량 데이터 구간 요금제도 2∼3종에 불과해 저가 요금제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제약하고 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3사와 협의해 내년 1분기 3만원대 5G 요금제를 신설하고, 연내에 5G 단말기의 LTE 요금제 교차 가입을 허용하는 이용약관 개정을 유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