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크래프톤이 최근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 본사 건물을 사들이면서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크래프톤이 크고 작은 성수동 부동산 사들인 사례는 7건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크래프톤이 본사 사옥을 성수동에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고 ‘배틀그라운드’ 같은 글로벌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문화공간을 조성하며 ‘크래프톤 타운’을 만들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크래프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서울 성수동 1가 토지 및 건물을 업무 거점 확보, 임차 비용 절감을 위해 2435억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크래프톤이 매입한 건물은 지하 5층~지상 8층 규모의 메가박스 스퀘어로 연 면적 2만4388.35㎡ 규모다. 평(3.3㎡)당 매각가는 약 2억4000만원으로 성수동에서 거래된 건 가운데 역대 최고가 수준이다.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2번 출구에서 도보로 2분 거리에 있다.

공시 직후 진행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업공개(IPO) 공모 자금 일부를 시설에 투자하겠다고 했었는데 그동안은 (시설 쪽에) 크게 투자를 하지 않았었다”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크래프톤이 3000명 이상의 조직이 됐고 헤드쿼터와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들이 정주하면서 업무할 공간들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 신사옥 예정지 조감도./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처 홈페이지 캡처

그러면서 “게임 개발은 작게는 20-30명, 많게는 500-600명이 협업하는 과정인데 접근성이 괜찮은 지역에 공간이 넓고 활용 가능성이 높은 곳을 확보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며 “본사를 성수동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메가박스 건물이 접근성과 근무환경이 좋다고 판단했다. 모션캡처 장비 등 개임 개발 과정에 있어 층고가 높은 곳이 필요한데 놓치기 어려운 기회가 와서 (건물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은 그동안 성수동에서 부동산 매입을 공격적으로 진행해왔다. 메가박스 스퀘어는 성수동 1가에 있는데, 이전까지는 성수동 2가 부동산을 지속적으로 매입했다. 2020년에는 약 1200억원을 들여 건물 3채를 매입했고 2021년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맺어 이마트 성수동 본사 토지와 건물을 1조2200억원에 사들였다. 여기에 크래프톤은 2900억원을 펀드 형태로 투자했다. 올해 역시 경수초등학교 인근의 건물 2채를 640억 원에 매입했다.

크래프톤 신사옥 예정지 조감도./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처 홈페이지 캡처

크래프톤이 본사로 가장 유력한 곳은 이마트 부지다. 해당 건물은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건물을 설계한 유명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에 나섰고 최근 조감도가 공개됐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조감도를 공개하며 “서울시가 성수 지역의 새로운 ‘본사’ 건물에 대해 승인했다”며 “이 큰 건물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층을 가진 기반 시설로 생각된다. 건물의 오랜 수명과 목적을 보장하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건물은 활기찬 성수 지구의 일부로써 이 지역의 다양한 성격을 통합하고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며 “주변의 유기적인 도시 구조는 건물의 낮은 층으로 이어져서 스며들고, 대중에게 개방될 것이다. 처음 2층은 공공 문화 멀티플렉스,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문화 활동의 고리를 형성해 이벤트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마트 부지에서 메가박스 스퀘어까지 거리는 780m로 도보로 약 10분 정도 떨어져 있다. 메가박스 스퀘어는 입지가 좋아 게임 개발 공간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에도 적절하다는 평가다. 크래프톤은 지난 7월 메가박스 스퀘어에서 배틀그라운드 팝업스토어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메가박스 스퀘어 내 성수 5관을 리뉴얼한 공간인 메타그라운드에서 배틀그라운드 IP를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배틀그라운드 in 성수’를 운영했다. 방문객이 현장에서 직접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하거나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등 배틀그라운드 IP를 경험하고 경품도 받을 수 있는 오프라인 체험존으로 운영했다.

배틀그라운드가 전 세계에서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성공한 IP인 만큼 크래프톤이 성수동의 여러 부지를 활용해 일본의 슈퍼 닌텐도 월드와 유사한 공간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크래프톤은 실제로 지난 5월 서울 롯데월드에 ‘배틀그라운드 월드 에이전트’를 열었다. 게임 속 전장을 720㎡(약 220평) 규모의 실내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구현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는 성수동의 분위기가 크래프톤의 게임 IP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배틀그라운드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끄는 만큼 어트랙션 등을 포함한 문화공간으로 발전 시키기에도 팬덤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