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2010년 3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출시, 서비스 1년여 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확보했다. 당시 통신사들이 유료로 제공하던 문자메시지를 무료 서비스로 대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카카오톡으로 일어선 카카오는 전방위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고, 쪼개기 상장, 공정거래법 위반, 독과점 논란, 시세조종·분식회계 의혹 등으로 수사·금융당국의 압박을 받으며 사면초가에 빠졌다. 조선비즈는 카카오가 지금과 같은 위기를 맞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진단해본다.[편집자주]

#전국에서 운행되는 택시 약 25만대 중 20%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카카오T 블루)다. 가맹택시는 운행 매출의 20%를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 케이엠솔루션(KMS)에 내고, 이 중 16.7%가량을 광고 등 업무 제휴의 명목으로 돌려받는다. 예를 들어 가맹택시 기사가 한 달에 300만원을 번다고 가정하면, 3.3%에 해당하는 9만9000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가져가는 셈이다. 카카오 가맹택시 기사 A씨는 “택시 수요는 전혀 늘지 않았는데 가맹택시라는 이유로 콜하고 상관 없이 길을 가다가 손님을 태워도 3.3%는 카카오에 떼인다”고 토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소설 공모전 당선작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독점하는 불공정 계약을 체결했다고 판단, 과징금 5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원저작물을 기반으로 웹툰, 드라마, 영화 등 2차 콘텐츠로 제작할 권리를 말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을 개최했는데, 당시 수상자들에게 별도의 설명 없이 ‘업계 표준’이라는 이유로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 카카오에 있다는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했다.

2010년 출시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카카오의 각종 서비스는 우리 국민들의 일상 생활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카카오 택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너무 심하다”고 질타할 정도로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과 문제점도 상당하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는 소상공인이 많은 산업에서 플랫폼을 확장하며 사업을 키웠다”면서 “처음에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 뒤 어느 정도 이용자를 확보하면 이를 유료화해 수익을 내는 성공 방식이 이어지다 보니 약자들한테 폭리를 취하는 기업으로 인식됐다”고 지적했다.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의 모습./뉴스1

◇ ‘카톡’으로 통신사 위협… 문어발식 사업 확장 질타

카카오를 창업한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1998년 인터넷 게임포털 한게임을 설립한 뒤 이를 NHN(현 네이버)과 합병시킨 주역이다. 그는 NHN의 성공을 뒤로 하고 2008년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 창업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카카오톡이 출시된 카카오의 2010년 매출은 34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불과 3년 만인 2013년 매출 2107억원을 달성하며 초고속 성장을 했다.

지난 2020년 가입자 수 1억명을 돌파한 카카오톡은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무기로 대기업인 통신사들을 위협했다. 카카오톡이 2012년 무료 음성통화서비스 ‘보이스톡’을 선보였을 당시 통신사들은 ‘무임승차’라며 강하게 반발할 정도였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카카오의 플랫폼 갑질 논란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2021년 10월 김 센터장은 기업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4번이나 증인으로 국정감사장을 찾았다. 그는 인수·합병(M&A)를 통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 계열사 신고 누락, 높은 수수료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를 받았다. 김 센터장은 “(골목상권) 일부는 철수를 시작했고, 지분 매각도 검토하고 있으며 카카오가 초기 투자한 회사가 많지만 신속하게 정리하겠다”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논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졌고, 계열사 30~40개를 줄인다고 공언한 김 센터장의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았다.

◇ “신규 사업 진출 영역 곳곳에서 중소기업과 마찰”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은 신사업에 진출할 때마다 기존 업계의 중소사업자들과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중소사업자들은 생존권과 골목상권 침해를 주장하며 카카오에 맞섰다. 일례로 카카오는 꽃배달과 미용실 서비스를 논란 끝에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의 골프 사업 계열사 카카오VX는 기술탈취 의혹을 받고 있고, 카카오헬스케어는 경쟁사 닥터다이어리 서비스 도용 의혹이 제기된 후 현재는 중재된 상태다.

최근에는 카카오가 화물 중개 서비스 ‘카카오T트럭커’의 출시를 준비한다는 소식에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물류기사 C씨는 “카카오택시나 카카오대리도 (무료로 출발해) 결국 유료화 모델을 선보였다”라며 “카카오T트럭커도 안 봐도 똑같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카카오T트럭커는 현재 스타트업 ‘화물맨’의 기술을 탈취한 의혹을 받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가 된 상황이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 센터장에게 “카카오의 신규 사업 진출 영역 곳곳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과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라며 “문어발식이라는 표현도 아깝고 거미줄 같다”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 혁신 대신 M&A로 몸집 키워… “빅테크와 경쟁해야”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성장 방정식이 비판을 받는 이유라고 지적한다. 초기에 보여준 혁신적인 서비스 대신 ‘돈 넣고 돈 먹기’식 M&A로 몸집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회사가 진행한 1000억 규모 이상의 M&A로는 2014년 포털 다음과 2016년 멜론(로엔엔터테인먼트, 1조8700억원) 인수가 꼽힌다. 2021년에는 1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크로키닷컴(지그재그) 인수와 함께 라이브커머스 기업 그립컴퍼니 지분 50%를 1800억원에 사들였다. 올해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M&A는 2021년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6000억원 가치)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5000억원 가치) 인수가 있다.

실제로 카카오는 ‘돈 넣고 돈 먹기식’ 전략으로 몸집 불리기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카카오 자산 총액은 약 34조원으로 4년 사이 3배 증가했다. 재계 순위도 15위다. 경쟁사인 네이버의 매출액이 카카오보다 1조원이 더 높은데, 자산총액은 약 20조원으로 재계서열 23위인 것과 비교된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카카오는 국내 시장을 무대로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하는 당장 돈 되는 사업 위주로 진출을 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하던 영역에 막강한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대기업이 뛰어드니 마찰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카카오가 아직 해외 사업에서 뚜렷한 성과가 많지 않은데, 빅테크 기업과 경쟁하면서 진정한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