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올 3분기에 이어 내년 상반기에도 낸드플래시 가격을 20% 인상하며 메모리 반도체 수익성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현재 평소 가동률 절반 이하 수준의 강도 높은 낸드플래시 감산을 진행 중인 삼성전자의 이 같은 행보는 낸드 공급과잉 국면에서 약화됐던 가격 협상력을 되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6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낸드 가격 협상에서 10~20% 수준의 가격 인상을 추진한 후 내년 1분기, 2분기에도 20%의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했다. 올해 내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낸드 사업 정상화가 시급한 가운데 시장 1위 삼성전자의 전면적인 가격 인상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키옥시아 등 경쟁 기업들의 사업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낸드 시장의 수익성 문제는 올해 내내 삼성전자 DS부문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모바일을 비롯해 서버, PC 등 전부문에서 수익성이 악화했고, 2분기에는 낸드 생산원가에 근접할 정도로 가격이 하락했다. 이후 마이크론을 필두로 SK하이닉스, 삼성전자가 강도 높은 감산에 돌입했지만 수요 부진으로 인한 재고가 넘쳐나 대형 낸드 기업들은 상반기에만 수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 실적발표 후 삼성전자 경영진은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 유례가 없는 수준의 감산을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대 낸드 생산거점 중 하나인 중국 시안 공장의 경우 생산라인 50% 이상을 중단했으며, 올해 예정됐던 평택 P3 공장 증설 투자 역시 축소됐다.
올 3분기 말을 기점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서서히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는 시점에서도 삼성전자는 강도 높은 감산을 지속할 것이라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그리는 큰 그림은 내년 하반기쯤 시장이 공급부족 상태로 전환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올해 내내 가격협상력을 잃은 공급업체들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낸드 생산량을 약 50% 줄이면서 다른 공급업체들도 웨이퍼 투자에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렌드포스는 “6개월 이상 지속된 생산량 감소가 구조적 긴축으로 이어졌고, 공급업체들은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포스는 감산 영향으로 올 4분기부터는 서버, 모바일, PC 등 주요 시장에서 낸드 가격이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대표적으로 PC에 들어가는 소비자용 SSD(Client SSD) 가격은 공급 감소로 8~13%, 기업용 저장장치(Enterprise SSD) 가격은 수요 증가로 5~10%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외에 내장형멀티미디어카드(eMMC)와 범용플래시저장장치(UFS) 가격은 각각 10~1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