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급증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에 발맞춰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신규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 규모 자체를 확장하는 방식을 선택했고, SK하이닉스는 공정전환을 기반으로 생산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패키징 거점인 천안·온양 패키징 공장을 비롯해 주요 후공정 생산라인에 신규 설비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진행된 올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HBM 공급 역량은 올해 대비 2.5배 이상 확보할 계획”이라며 “해당 제품(HBM) 위주로 업황 개선이 조기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내년은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세계 각국 IT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위해 본격적인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HBM 시장의 큰 손인 엔비디아, AMD 등 대형 팹리스(반도체설계) 기업들도 HBM 주문을 늘리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상용화로 고성능 서버에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에 탑재되는 HBM 4세대 제품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4세대 HBM 제품인 ‘HBM3′와 내년부터 AI 시장 주류로 자리매김할 차세대 ‘HBM3E’도 개발을 완료한 상황이다.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샘플 제품 검증을 진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미 주요 고객사와 내년 공급 물량에 대한 협의를 완료한 상황”이라며 “HBM3의 경우 8단, 12단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올 4분기와 내년 상반기까지 HBM 중심의 설비투자를 단행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설비투자의 상당 부분이 HBM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외 선단 공정 기반 제품들의 비트 생산 성장률은 수요 성장 수준을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신규 설비투자를 통한 생산능력 증설보다는 공정 전환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잡았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반등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감산 기조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됐다.
HBM 생산공정이 추후 차세대 제품 등장에 따라 설비투자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내부 분석에 따라 일단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HBM은 세대를 거듭하며 데이터 대역폭을 높여나가고 있지만 반대로 발열 문제 해결을 위한 공정상의 돌파구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어떤 솔루션을 쓰는 지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공정 스텝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 중인 SK하이닉스는 당장 설비투자보다는 공정전환을 바탕으로 생산성을 강화하며 추후 추가적인 설비투자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6일 올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024년에는 캐파 증설보다는 공정전환에 집중해서 캐팩스(자본적 투자) 효율성에 기반한 운영을 지속할 생각”이라며 “HBM3(4세대)뿐 아니라 HBM3E(5세대)까지 내년도 생산능력이 현시점에 이미 솔드아웃(품절)됐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HBM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최소 40%의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내년에서 2026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업사이클 기간에 HBM 효과에 따라 D램이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