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LG유플러스가 구형 스마트폰 모델 애플 ‘아이폰14′에 최대 57만원을 지급하는 공시지원금 축소 시기를 놓고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근 두 회사는 이동통신 시장 2위(회선 수 기준)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데, 잠재적 아이폰14 수요를 가져가겠다는 포석이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아이폰15 국내 출시 이후인 지난 17일 아이폰14에 지급하는 공시지원금을 최대 55만원에서 11만원으로 낮췄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여전히 아이폰14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최대 57만원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통신사는 신형 단말기가 나오기 직전에 구형 모델의 공시지원금을 높이는 방법으로 재고를 소진한다. 하지만 신제품이 나오면 일주일에서 늦어도 열흘 내에 구형 모델의 공시지원금을 다시 낮춘다. 구형 모델에 많은 공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영업비용(마케팅비)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 2위 싸움 치열한 KT와 LG유플러스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삼성 갤럭시S23 출시에 맞춰 구형 모델인 갤럭시S22의 공시지원금을 50만원으로 높였다가 이후 30만원 수준으로 낮췄다. 갤럭시Z플립5가 나온 지난 8월에도 통신 3사는 갤럭시Z플립4의 공시지원금을 최대 68만원까지 높였다. 갤럭시Z플립4의 경우 여전히 공시지원금이 높은 수준이지만, 사실상 재고가 없어 판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KT와 LG유플러스가 아이폰14 공시지원금을 최대 57만원으로 유지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2위 자리를 지키기 위한 KT와 2위로 올라서려는 LG유플러스의 신경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동통신 가입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회선 수 기준 KT와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은 각각 21.41%(1709만9384회선), 20.87%(1667만1996회선)다. 점유율 격차가 0.54%포인트(P)에 불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폰15 일반 모델 대신 아이폰14 프로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두 회사가 이런 수요를 흡수하고자 공시지원금을 낮추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KT·LG유플러스 “공시지원금은 시장 상황 따라 움직여”
KT와 LG유플러스는 아이폰14 공시지원금 정책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공시지원금을 올리고 내리는 건 시장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진행된다”면서 “다른 이유는 없다”라고 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도 “이미 계획된 공시지원금 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아이폰14에 대한 불법 보조금 지급 사례도 목격되고 있다. 서울 신도림·강변테크노마트 등 유통 상가와 일부 온·오프라인 성지(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리점)에서 아이폰14 일반 모델(KT 또는 LG유플러스 번호이동 조건)을 구입할 경우 가입자는 15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아이폰14 프로의 경우 5만~10만원만 내면 구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