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중국에서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공공 부문과 기밀 정보를 취급하는 기업에 아이폰 사용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신제품 아이폰15 시리즈 판매도 부진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고위급 인사와 회담에 나섰지만 핀둬둬, 알리바바 타오바오를 비롯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는 아이폰15 시리즈를 대폭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아이폰15 시리즈 판매를 시작한 지 약 한 달 만에 할인폰이 된 셈이다. 일부 모델은 소매가보다 최대 1301위안(23만9000원)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2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애플스토어에서 1만1999위안(약 257만7000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는 아이폰15 프로맥스 512기가바이트(GB)는 타오바오에서 1301위안(23만9000원) 저렴한 1만698위안(약 197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핀둬둬는 아이폰15 플러스 128GB 모델을 애플이 정한 소매 가격인 6999위안(128만900원)보다 900위안(16만6000원) 낮은 6098위안(112만3000원)에 판매 중이다.
중국에서 지난달 22일 판매를 시작한 아이폰15는 화웨이가 내놓은 ‘메이트60 시리즈’ 공세 등으로 성과가 좋지 않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중국에서 아이폰15의 판매량이 출시 후 17일 동안 아이폰14에 비해 4.5% 감소했다고 밝혔다. 화웨이 메이트60은 아이폰15보다 200달러(약 27만원)가량 저렴하다.
중국에서 애플은 때때로 파트너 벤더(판매업자)의 수요 촉진을 위해 할인을 제공하는 것을 허용한다. 로이터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다가오는 광군제 쇼핑 축제를 앞두고 할인에 초점을 맞춘 가성비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봤다. 경기 둔화로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중국 시장 매출은 지난해 기준 740억달러(약 100조원)다. 전체 매출의 20%가량으로 중요한 시장이다.
쿡 CEO는 중국에서 아이폰15 시리즈 판매가 부진하자 지난 3월에 이어 7개월 만에 중국을 또 방문했다. 쿡 CEO는 지난 16일 중국 청두를 방문한 후 18일에는 중국 전자기업인 입신정밀을 방문했다. 이번 중국 방문에서 쿡 CEO는 딩쉐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상무 부총리, 진좡룽 공업·정보화부장, 왕원타오 상무부장과 회담했다.
딩 부총리는 회담에서 “애플이 중국의 디지털 경제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상호 이익이 실현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쿡 CEO는 “첨단 제조, 디지털 경제 등의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쿡 CEO은 진 부장과의 회담에서 “중국 경제의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산업 체인, 공급망 파트너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의향이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