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업계 최초로 3나노(nm, 1나노는 10억분의 1m) 공정 기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A17을 아이폰15에 장착했다. A17의 생산을 담당하는 TSMC가 보여준 성능 향상이 이전 세대에 비해 기대 수준을 만족하지 못하면서 3나노 공정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앞서 TSMC는 3나노 공정의 생산비용을 이전 세대인 5나노 공정보다 50%가량 인상했다. 하지만 칩의 트랜지스터 집적도, 퍼포먼스, 전력효율성 등에서 이전 세대 제품과 큰 차이를 보여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TSMC의 3나노(3N) 공정을 적용한 A17은 CPU 코어 성능이 약 10% 향상됐으며. 트랜지스터 수는 160억개에서 190억개 수준으로 약 18% 늘어났다. 다만 이전 제품보다 미세공정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능 향상이 기대보다 못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문제는 전력효율성 측면에서 개선점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통상 새로운 공정이 도입되면 더 낮은 전력 소모량으로 동일한 성능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아이폰15의 배터리 수명 등급은 이전 세대 제품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A16이 전작보다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비율)를 25% 이상 향상시킨 것과는 대비되는 결과다.
앞서 삼성전자가 발표한 3나노 2세대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과 격차가 뚜렷하다. 삼성전자는 3나노 2세대 공정이 기존 4나노 공정과 견줘 성능은 22%, 전력 효율은 34% 향상됐다고 밝혔다. 반도체가 차지하는 면적(크기)은 기존 대비 21% 축소됐다. ‘성능(P), 전력(P), 크기(A)’로 불리는 반도체의 핵심 경쟁력 모두가 상당 부분 개선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TSMC의 3나노 공정이 아직 초기 단계이며, 미완성 공정이라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의 자회사인 IC놀로지LLC의 분석에 따르면 TSMC의 3나노(3N) 공정은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의 집적도가 인텔의 7나노급 공정인 ‘인텔4′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집적도뿐만 아니라 고성능셀(High-Performance Cells)로 비교해도 성능 향상 측면에서 인텔의 7나노 공정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해외 IT 매체들도 A17에 적용된 TSMC 3나노 공정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영국 IT 전문 매체 PC게이머는 “새로운 3나노 실리콘의 장점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힘들다”며 “새로운 SoC(시스템온칩)는 트랜지스터 수가 크게 증가하지 않고 성능이 크게 향상되지 않으며 효율성도 크게 향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애플이 3나노 모바일 AP 시대를 열면서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간의 경쟁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퀄컴도 2024년 3나노 공정을 통해 ‘스냅드래곤8 4세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이르면 올해 말 4나노 공정을 활용한 ‘엑시노스2400′을 공개하고, 내년 말 3나노 공정을 적용한 신제품을 개발한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도 내년에는 3나노 2세대 공정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측은 “3나노 GAA 2세대 공정에서 대형 모바일 고객을 이미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들이 제조 비용 절감과 공급망 안정을 위해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