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불황에 시달렸던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올 3분기 실적 전망이 상향 조정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메모리 수익성이 완만하게 개선돼 내년 본격적인 변곡점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연산에 필요한 고부가가치 메모리 시장에 경쟁사들보다 빠르게 진입한 덕분에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상회할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빅3(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감산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글로벌 AI 메모리 수요가 강해 메모리 업황은 내년 본격적인 업턴(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 삼성전자 3분기 D램 사업 흑자 전환 전망 나와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한달 전 2조9439억원에서 17일 기준 3조64억원으로 2%가량 올랐다. 이는 전 분기 영업이익(6685억원) 대비 약 349% 증가한 수치다. KB증권과 대신증권은 올 1·2분기 각각 4조원대의 적자를 낸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실적이 3분기엔 2조원대 적자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AI 서버를 제외한 IT 수요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바닥을 찍은 D램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해 삼성전자도 평균 판매단가(ASP) 상승 효과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올 3~4분기 삼성전자 D램 사업이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3분기 D램 사업 흑자 전환을 예상한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9월 D램 현물가와 고정가 반등이 예상돼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이어 D램 ASP 상승 전환이 예상된다”며 “고객의 재고 축적 수요가 강한 차세대 D램 DDR5 계약가는 9월 반등이 예상되며, 이전 세대인 DDR4 역시 집중적인 감산으로 전달 대비 가격 하락세가 멈출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위 연구원은 또 “삼성전자와 구매자 간 가격 협상으로 많은 D램 물량이 9월로 밀려 3분기 출하 물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KB증권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올 4분기 상승 사이클을 타고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고대역폭메모리(HBM)·DDR5 등 고부가 D램 비중 확대로 D램 가격은 3분기부터 2년 만에 상승 전환하고, 낸드플래시 가격도 감산 폭 확대와 가격 인하 중단으로 올 4분기 상승 전환할 것”이라며 “올 연말 D램과 낸드 재고는 정점을 찍은 2분기 대비 50~60% 감소해 정상 수준에 근접할 전망이며, 따라서 올 4분기부터 삼성전자는 3조원 규모의 누적 메모리 재고평가손실 환입으로 향후 실적 추정치가 상향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 “고정비 부담 커 적자 폭 줄이기 어려워” 분석도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올 3분기 삼성전자가 메모리 감산에 따른 고정비 부담 등으로 시장 기대보다 저조한 실적을 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생산 물량이 적을수록 제품 단위당 고정비가 올라가는데, 고정비가 예상보다 커 매출 증가분을 압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감산으로 인한 고정비 영향이 당초 기대보다 크게 나타나 올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영업 적자는 여전히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메모리 주요 제품의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여 올 4분기엔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감산에 따른 비용 구조 악화 영향이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 확대 효과보다 커, 3분기 적자 폭을 크게 줄이긴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산에 따른 일시적 생산 원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메모리 가격 인상 폭이 수익성을 얼마나 보완할 수 있느냐가 향후 삼성전자 실적 향방의 관건”이라며 “현재 삼성전자의 메모리 웨이퍼 생산량은 30% 넘게 감소했으나, 올 3분기 말까지도 메모리 재고는 정상 수준의 3배 이상으로 예측돼 4분기엔 감산 규모가 더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 SK하이닉스, 실적 개선세 빨라져… 내년 1분기 흑자 전환 가능성
지난해 4분기부터 적자를 내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는 연일 높아지고 있다. 한달 전 회사의 3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7조7405억원, 영업손실 1조7507억원으로 집계됐으나, 17일 기준 전망치는 매출 7조8281억원, 영업손실 1조7116억원으로 개선됐다.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고용량 DDR5, HBM 등 프리미엄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실적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DDR5 128기가바이트(GB) 제품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 중이다. 유리한 흐름을 타고 내년 1분기 흑자 전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의 고용량 DDR5·HBM 관련 매출 비중이 이미 30% 이상으로 확대됐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 영향으로 SK하이닉스의 D램 사업은 올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할 전망이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역사상 처음으로 국내외 경쟁사 대비 기술 경쟁력에서 가장 앞서 있다”며 “HBM의 경우 가장 최신 세대인 HBM3E에 대한 고객사 품질 테스트를 이미 진행 중이며, 이외에도 고용량 DDR5 등 경쟁사들이 진입하지 못한 시장에서 독점적 공급자 지위에 따른 ASP 프리미엄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사업은 흑자 전환이 예상되며, 낸드는 적자 폭이 축소될 전망”이라며 “이미 인식된 재고평가손의 환입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적자 폭은 더 축소될 수 있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4분기에는 D램과 낸드 ASP가 동시에 상승해 SK하이닉스의 적자는 큰 폭으로 축소될 것”이라며 “내년 1분기 전사 흑자 전환을 예상한다”고 했다. 고 연구원도 “내년 본격적인 호황기에 들어서면 SK하이닉스의 이익 증가 폭은 과거 대비 가파를 것”이라며 “내년 SK하이닉스의 D램 영업이익은 역대 두번째로 높은 13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