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클라우드쇼 2019에 참석한 딥티 바차니 ARM 수석 부사장./조선비즈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ARM이 상장 후에도 기존의 라이선스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가격 인상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앞서 주요 외신에서는 퀄컴과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ARM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기업공개(IPO) 이후 라이선스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한 바 있다. ARM은 지난 14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 입성했다.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비롯해 자동차용 프로세서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상당 부분을 ARM IP에 의존하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중장기적 리스크가 하나 해소된 셈이다.

◇”라이선스 방식은 그대로 두고 생태계만 키운다”

딥티 바차니(Dipti Vachani) ARM 수석 부사장은 지난 15일 열린 아시아지역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기업공개(IPO) 이후 ARM이 라이선스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ARM의 라이선스 정책은 기존과 동일한 방식을 유지할 것”이라며 “엔트리 레벨의 기업들을 더 ARM 생태계로 끌어들이기 위해 더 고객 친화적인 방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삼성전자와 대만 미디어텍 등과의 계약 관계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바차니 부사장은 “IPO 이후에 아무것도 변하는 것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ARM의 라이선스 정책은 크게 두 가지 모델이 있는데 플렉시블 액세스(Flexible Access)와 토탈 액세스(Access)이며 이는 IPO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렉시블 액세스는 ARM의 표준 디자인을 바탕으로 고객사들이 모바일 칩을 최적화해 설계, 생산하는 라이선스 형태다. 반면 토탈 액세스는 ARM의 명령어세트를 뼈대로 아키텍처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 수 있고, ARM의 IP에 대해 포괄적인 접근권을 가지는 가장 높은 단계의 라이선스다. ARM과 토탈 액세스 계약을 맺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애플이 꼽힌다.

ARM은 고객사로부터 최종적으로 완성된 칩 가격의 1~2% 수준의 로열티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극심한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ARM의 실적도 영향을 받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ARM이 더 높은 로열티를 끌어내기 위해 칩 단위의 계약 대신 스마트폰 완제품 가격의 1~2%를 받는 방식으로 라이선스를 변경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ARM의 기업 로고 이미지. /ARM

모바일용 칩 설계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ARM에 대항해 퀄컴이 주도하고 있는 오픈소스 IP(설계자산)인 리스크파이브(RISC-V) 생태계가 성장하고 있다. 바차니 부사장은 이에 대해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지만 “퀄컴 역시 ARM의 중요한 고객사이며 함께 생태계를 주도해 나가는 파트너”라고 답했다.

◇”ARM은 AI가 존재하는 모든 곳에 있다”

바차니 수석부사장은 AI 반도체 분야에서 성장성을 강조했다. 그는 “AI는 세상 어느 곳에나 있을 것이고 그 곳에 바로 ARM도 함께 있을 것”이라며 “그만큼 ARM은 AI 시장에 포커스하고 있으며 관련 생태계를 키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성형 AI 시대에 ARM의 사업 영역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가속기다. 우리는 AI 워크로드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통해 AI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되는 기술을 지원할 것”이라며 “AI와 함께 일반 연산을 담당하는 CPU를 효율적으로 설계하는 것도 ARM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