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가 회사의 탄소중립 계획을 설명하기 위해 연기자로 변신한 모습./애플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 회의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긴장한 가운데 직원들과 분주하게 중요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애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팀입니다. 오시는 길에 날씨는 어땠나요?” 손님이 오기 전부터 그는 인사말을 연습한다.

쿡 CEO는 두 손을 테이블 위에 놓고 두 엄지손가락을 서로 비벼대며 긴장한 모습으로 손님을 기다린다. 옆에 있는 직원들도 크게 숨을 내쉬며 떨고 있다. 이때 천둥과 바람 소리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순간 쿡 CEO의 눈은 커졌다. 그야말로 동공지진 상태였다.

회의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물이 진동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한 직원이 다급하게 “사무실은 이미 탄소 중립이라고 할게요”라고 말한다. 드디어 손님이 등장한다. 손님은 바로 ‘대자연’이다. 쿡 CEO는 연습한 대로 “대자연님, 애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어 말을 더듬으며 “오..오시는 길에 날씨는 어땠나요?”라고 말을 건다. 대자연은 “본론으로 들어가자”라며 애플의 탄소중립 실천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는다.

애플은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스티브 잡스 홀에서 신제품 발표회인 ‘원더러스트’를 열고 애플워치, 아이폰15 시리즈 등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 자리에서 애플은 애플워치 시리즈9, 울트라2가 애플 제품 최초로 탄소 중립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애플은 애플워치 시리즈9을 소개하며 탄소중립 제품인 알루미늄 케이스 모델을 선보였는데, 직후 공개된 영상에서 쿡 CEO가 배우로 변신해 연기한 게 화제가 되고 있다.

5분가량 이어진 영상은 기업들이 말로만 탄소 중립을 선언한 것에 예민해진 대자연이 애플의 탄소중립 현황을 보고받고 흡족하게 떠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애플이 2030년까지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쿡 CEO가 연기에 나선 것이다. 대자연 역할은 할리우드 배우 옥타비아 스펜서가 맡았다. 그는 영화 ‘헬프’를 통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고, 골든 글로브상 극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스펜서가 팀 쿡의 배우 데뷔를 함께한 셈이다.

팀 쿡 애플 CEO가 회사의 탄소중립 비전을 소개하기 위한 영상에서 연기하고 있는 모습./애플

영상 속에서 대자연은 탄소중립을 제대로 달성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소재, 전력, 운송, 수자원 등 부문별로 질문을 던진다.

애플 직원은 소재 부문에서는 내년 말까지 포장재에서 플라스틱을 전부 없애기로 했다고 말한다. 애플은 이미 맥북, 애플TV, 애플워치에 대해서는 100% 재활용 알루미늄으로 외장재를 만들고 있고, 아이폰 케이스에서도 가죽을 점차 배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자연은 가죽 잠바를 입고 있는 직원을 향해 “그럼 당신도 배제되는 거야?”라며 유머를 더했다.

전력 부문에 대해서는 직원이 대자연의 강력한 태양과 바람 덕분에 애플 사무실, 매장, 데이터센터를 100% 청정 전력으로 운영하고, 사무실은 이미 전부 탄소중립을 달성했다고 보고한다. 직원은 300개 이상의 공급자도 청정 재사용 전력을 쓰기로 했다고 말한다.

직원은 운송 부문에 대해서는 제품의 해양 운송 비중을 높이고, 항공 비중을 줄여 탄소 배출을 95% 줄인 점을 강조한다. 다른 직원은 회사가 토양, 식물, 나무를 보호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을 물론이고 열대 사바나를 보호하기 위해 파라과이와 브라질에 숲을 만들고 콜롬비아의 맹그로브 숲, 케냐의 초원을 복원한 점도 소개한다.

팀 쿡 CEO는 직원들이 말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끝까지 연기에 집중한다. 쿡 CEO는 영상 마지막에 “대기에서 탄소를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그는 “보시다시피 애플은 모든 분야를 혁신하고 개편해서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줄였다”라며 “2030년까지 모든 애플 기기의 기후 영향은 총합 ‘0′이 될 것”이라고 대자연에게 말한다. 흡족한 대자연은 “좋아 내년에 보자고. 대자연을 실망시키자 마”라며 영상은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