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과잉 재고 문제가 정점을 찍고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지난해부터 감산에 돌입한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2분기 말 기준 재고가 줄면서 생산량 조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급격한 속도로 불어나던 재고 증가폭이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SK하이닉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은 16조4202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17조1822억원보다는 4.4%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작년 3분기를 기점으로 매 분기마다 급격하게 늘던 재고치가 감소세에 접어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주력 매출 품목인 D램을 중심으로 재고 수준을 크게 낮춘 것으로 파악했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DDR5 D램 매출이 늘고 있으며 DDR4 D램 재고 수준도 상당 부분 정상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낸드플래시의 경우 여전히 재고 수준이 높아 SK하이닉스 측은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추가 감산을 시사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에도 재고자산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증가폭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재고자산은 직전 분기 대비 22.5% 늘어났으며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역시 전분기보다 각각 10.2%, 9.9% 증가폭을 보였다. 반면 올해 2분기에는 증가폭이 5.4%로 다소 둔화된 양상이다.
SK하이닉스보다 삼성전자의 본격적인 감산이 3~4개월 정도 늦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부터 감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역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D램과 낸드 재고 모두 지난 5월에 정점을 찍은 것으로 확인했다”며 “5월 이후 재고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올 하반기에는 메모리 업계 감산 효과가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DR4 D램과 구형 낸드플래시 등 레거시 메모리 반도체 위주로 감산을 진행 중이며, 이들은 하반기에도 감산을 이어가는 동시에 부진이 두드러지는 낸드는 감산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가 감산에 나설 것을 예고한 가운데 올 3분기부터 실적 개선 전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원대에 그쳤던 반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8918억원으로 예상됐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와 2분기 영업손실이 각각 3조4023억원, 2조8821억원을 기록했고, 3분기엔 1조7507억원을 기록하면서 손실 규모가 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