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 7월 공개한 차세대 XR기기 '비전프로'. /로이터 연합뉴스

애플이 내년 1분기 XR(혼합현실) 디바이스 ‘비전 프로’를 전 세계에 출시하면서 XR 시장의 성장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집중적인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특히 비전 프로의 경우 생산원가의 약 50%를 차지할 정도로 디스플레이 부품 단가가 높아 해당 기술을 보유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업계와 시장조사업체 F&S 등에 따르면 애플 비전 프로에 탑재되는 최첨단 디스플레이패널 마이크로 OLED의 부품원가 비중이 전체 생산단가의 50%, 판가의 20% 수준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비전 프로와 같은 XR 기기는 스마트폰과 달리 눈과 디스플레이 패널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높은 화소 밀도를 갖춰야 기기의 몰입감을 높일 수 있다.

XR산업은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 TV 시장의 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특히 애플, 메타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의 출사표로 시장 태동이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경영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XR산업의 경제 가치가 2030년 4조~5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현재 XR의 기기의 핵심 부품인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제한적이다. 국내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주요 공급업체가 될 전망이며 일본 소니도 유력한 경쟁자다. 중국 BOE 등은 기술력 부족으로 초기 시장에는 참여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국내 증권가 분석이다.

마이크로 OLED는 기존 유리 기판으로 제작되는 OLED와 달리 실리콘 기판에 제작된다. 디스플레이 중에서는 최고 수준의 해상도와 휘도를 구현할 수 있어 XR 기기에 가장 적합하다. 마이크로OLED는 실리콘 기판에서 제작돼 올레도스(OLEDoS·OLED on Silicon)로도 불린다.

현재까지는 지난 2011년부터 마이크로 OLED를 개발해온 소니의 초기 시장 선점이 예상돼 왔지만, 업계에서는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 측면에서 소니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니가 생산할 수 있는 마이크로 OLED 패널 생산능력이 연간 40만대 수준으로,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5월 미국의 마이크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업인 ‘이매진(eMagin)’을 2억 1800만 달러(약 2850억 원)에 인수하며 관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 중 마이크로 OLED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이미 마이크로OLED 생산력과 수율을 이미 안정적으로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 마이크로 OLED를 3년 전부터 시험 생산하며 양산 기술력(2020년 4K 이상 해상도 구현 3500ppi)을 이미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 OLED 기술에서) 소니 대비 경쟁 우위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돼 향후 고성장의 기회가 열려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