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PIM(위), SK하이닉스 HBM3(아래). /각 사 제공

차세대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을 이끌 첨병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글로벌 HBM 시장 규모가 105%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0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HBM 공급량이 오는 2024년까지 연평균 10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부터 2024년은 AI 개발에 있어 중추적인 해가 될 것이며, 이는 AI 트레이닝 칩에 대한 상당한 수요를 유발하고 이에 따라 HBM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제품이다. 원래 고성능 그래픽 작업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AI 시장이 커지면서 대량의 데이터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HBM의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AI 시장이 커질수록 HBM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는 셈이다.

현재 HBM 시장의 대부분을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미뤄보면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가 두 기업에 집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양사는 올해 2분기 실적발표에서도 서로를 ‘HBM 업계 1위’라고 소개하며 기술 개발과 공급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4세대 HBM3 공급에 이어 5세대 제품인 HBM3P·HBM3E 공급도 준비 중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50%로 1위를 차지했고, 삼성전자(40%)와 마이크론(10%)이 뒤를 이었다. 올해의 경우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소폭 상승해 두 회사가 각각 46%~49% 수준의 점유율로 경합을 벌일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관측했다.

또 최근 엔비디아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를 탑재한 차세대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GH200 그레이스호퍼 슈퍼칩’을 공개하면서 HBM 수요에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칩에는 초당 5TB의 속도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고대역폭 메모리 HBM3E가 되는데 이 제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업계에서 유일하게 공급 가능하다.

한편 두 회사는 HBM 생산능력도 높여나가고 있다.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는 “HBM을 내년 투자 우선순위에 두고 물량을 2배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올해 10억GB 중반을 넘어서는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해 하반기 추가 수주 대비 공급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